우크라이나 향하는 서유럽 3인방의 속내

입력 2022-06-16 17:10 수정 2022-06-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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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정상, 키이우 도착
돈바스서 우크라 수세 몰린 가운데 입장 주목
3인방, 지원 의사 강조하지만 속내 복잡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투가 격렬해진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추가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유럽 대표 3국의 입장은 미묘한 노선을 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들 3인방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돈바스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3인방의 우크라이나행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돼 수세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와 주변 지역을 연결한 다리 세 곳을 모두 파괴해 우크라이나군 보급로를 차단시켰다.

그래도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리 군은 3면에서 동시에 적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황이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버티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추가 침공할 수 있는 힘을 빼기 위해 돈바스에서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을 간혹히 호소했다. 안나 말리야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가 사력을 다하더라도 서방국들의 도움 없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필요한 무기의 10%만 공급됐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서유럽 3인방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지지 입장을 강조하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루마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해법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재정·군사·인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겠지만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결국 대화에 나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잠정적 타협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에 굴욕을 줘서는 안된다고 한 앞선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외교적 수단을 통해 전쟁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에 굴욕을 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당시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폴란드와 발트 연안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확실한 패배만이 향후 유럽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의 ‘외교적 해법’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다. 그는 “우리 유럽은 대륙을 공유하고 있고 지정학은 매우 강하다”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러시아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입장이 모호해지고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수십년 지속된 정책을 뒤집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승인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끝장내겠다고 강경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약속했던 중무기는 아직 공급되지 않은 상태다.

슐츠 총리의 발언도 애매하다. 그는 “러시아는 승리해서는 안되고 우크라이나는 져서는 안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이겨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이탈리아에서 드라기 총리는 강경 노선에 속했다. 그는 경제적 압박을 통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해 가능한 빨리 휴전할 것을 요청했다.

전쟁이 4개월을 넘어가면서 서유럽은 점점 평화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평화의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는다. 유럽 외교위원회가 유럽 1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더라도 러시아와 즉시 평화를 이루기 원한다고 답했다.

결국 러시아의 계획대로 돼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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