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순환자원 시급한데…탄소중립 막아선 소각업계 “기준 맞춰라”

입력 2022-06-01 14:15 수정 2022-06-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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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업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 반발
“소각 전문시설과 같은 기준 적용해야” 한 목소리
시멘트업계 “폐기물 확보 비상으로 몽니 부린 것”
순환자원은 세계적 흐름…독일 68%, 한국 23%

▲강원도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 순환자원 저장고에서 관계자가 유연탄 대체 원료인 분쇄된 폐플라스틱을 한주먹 움켜 쥐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강원도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 순환자원 저장고에서 관계자가 유연탄 대체 원료인 분쇄된 폐플라스틱을 한주먹 움켜 쥐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시멘트업계가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을 두고 시민단체와 소각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각업계는 시멘트업계가 폐기물 시장에 들어오면서 처리단가 하락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환경기준을 강화해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시멘트세’ 논의를 잠재운 시멘트업계는 또 다른 업계 반발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일 소각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로서 소성로(킬른)와 소각로의 역할 및 전망’을 주제로 워크숍이 열렸다. 소성로는 유연탄을 태워 열을 발생시켜 시멘트를 제작하는 설비이며, 소각로는 폐기물 따위를 태워 버리는 시설물이다. 워크숍에선 시멘트업계가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폐기물 소각전문시설과 동일한 법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소각업계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시멘트 소성로가 특혜에 가까운 법적 기준으로 대량의 폐기물을 처리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각업계는 그동안 일관되게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국내 폐기물 소각처리 시설은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 50~70ppm을 적용받고 있지만, 유연탄을 태우는 시멘트 소성로는 270ppm으로 적용받고 있다. 이를 두고 소성로의 기준이 환경부의 느슨한 규제로 전문 소각시설 대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시멘트 생산시설의 특수적인 상황도 있지만, 단순히 전문 소각시설과 비교한 것이다.

이번 워크숍은 폐기물처리시설의 기능을 소성로와 소각로가 어떻게 발휘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이뤄졌지만 정작 소성로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시멘트업계가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아서다. 사실상 ‘반쪽짜리’ 워크숍이 된 현장에선 산업의 공유와 탄소중립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내용보단 시멘트업계를 비난하는 의견과 토론만 집중됐다.

시멘트업계는 소각업계와 시민단체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각업계의 질소산화물에 대한 동일 기준 적용 주장에 국내 기준이 유럽과 비교해도 결코 완화되거나 낮은 수준이 아니며, 황산화물을 포함한 대기배출 기준 역시 전체적으로 상당히 강화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소성로에서 질소산화물이 높은 이유는 주원료인 석회석을 1450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구워야만 원하는 품질의 시멘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며, 폐기물 재활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폐기물 연료의 재활용량이 증가하면 유연탄만을 사용해 시멘트를 생산할 때보다 오히려 질소산화물은 낮아진다며, 탄소중립을 위해선 필수라고 지적했다.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 순환자원 저장고. (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 순환자원 저장고. (사진제공=한국시멘트협회)

소각업계의 도를 넘는 ‘시멘트 때리기’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폐기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소각업계는 폐기물을 소각처리하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까지 확대하는 등 알짜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이 악화하자 소각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시멘트업계를 경쟁자로 인식한 것이다.

현재 소각단가는 폐기물 종류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톤당 약 18만 원 내외로 형성됐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톤당 5~6만 원이면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가격경쟁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의성쓰레기산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소각업계의 처리 용량이 임계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시멘트업계는 불법 폐기물 9만5000톤(45.8%)을 유연탄 대체 연료로 활용했다.

국내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는 20~30년 전부터 시멘트 소성로를 활용한 순환자원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왔다. 그중 독일은 순환자원 재활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로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되는 전체 연료의 68%를 순환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23%에 불과하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소각업계는 양업계가 상생을 논의해야 함에도 근거 없는 유해성 논란을 내세워 시멘트를 폄훼하고 있다”며 “시멘트업계를 공격하는 데만 힘을 쓸 게 아니라 신기술의 확보 등을 통해 더 많은 폐기물량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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