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라도 힘 못쓰는 ‘수출株’…“‘스태그플레이션’에 부진 지속”

입력 2022-05-13 19:43 수정 2022-05-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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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13년래 최저인데 반도체·자동차 수출주 약세
운수창고 2.1%·통신 4.6%…환율 둔감한 ‘내수주’는 강세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통적 ‘환율 수혜주’로 꼽히는 수출 업종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을 높여 경제에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긴축 우려와 중국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현재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원화 약세가 물가관리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환율이 수출주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1200원대 정도로 예상되던 원·달러 환율은 1290원을 넘나들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짙어지며 마이너스 요인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5월 들어 90.81포인트(-3.4%) 하락했다. 이 기간 수출 관련 종목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 수출주인 반도체 (-1.7%)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화학(-4.2%), 철강·금속(-5.6%) 등은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환율 수혜주가 무색할 정도로 추락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1만4500원(-10.4%) 하락한 12만5500원으로 마감했고, 대우조선해양(-8.2%), 삼성전자(-1.3%) 등도 약세로 마감했다.

반면, 환율변화에 둔감한 내수업종은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KT는 4.9% 오른 3만75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운수창고주와 통신주 등 주요 내수 관련 업종지수도 각각 2.5%와 4.2%의 강세에 마감됐다.

적정한 원화값 약세는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일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값이 급속도로 하락하면 수출주 어려움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자본 유출 신호까지 줄 수 있다. 실제로 5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4280억 원에 달했다. 6개월 연속으로 순매도한 규모는 무려 5조9480억 원에 달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수요 둔화 국면이기 때문에 가격이 아닌 수출 물량의 문제로 수출주들이 수혜를 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수출주들은 환율보다 수요 효과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 원화가치가 약세인 이유 중 하나가 한국 경제나 시장에 대해 좋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는 현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에도 수출주들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 상황과 관련해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제 지수에 더 영향을 받는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한국 경기선행지수(CLI)는 작년 7월을 정점으로 꺾이고, 세계 경기는 더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주들이 환율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간재도, 물가상승률도 높다 보니 수출 물가가 전체적으로 올라가서 가격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화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들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에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국내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이외로 간다”며 “우리 통화는 현재 미국 달러에만 약세고 엔화, 유로화 등 다른 통화들에 비해서는 오히려 강세를 보인다. 따라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미미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외 경기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수출 악재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 중 수출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이며 대부분 대외 수요, 글로벌 경기에 따라 좌우된다”며 “환율보다 본질적인 건 물량, 업황 등이 개선되고 지금의 공급망 타격,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대외변수가 좀 더 완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 역시 “글로벌 경기의 문제라서 현재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새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를 풀어주거나,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들어가 지금 상황을 버티면서 사이클상으로 좋아지길 기다릴 뿐”이라며 “9월 정도 되면 환율이 하락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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