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크라이나 부차 학살, 한국도 목소리 높여야

입력 2022-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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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러시아가 선을 넘었다. 시신은 길바닥에 나뒹굴고 노모는 숨진 딸을 비닐로 덮었다. 강아지는 얼굴만 천으로 덮인 주인 곁에 앉아 손길을 기다렸다.

러시아는 부정하지만, 세계는 이미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을 목격했다. 문제는 이들이 또 어디서 난장판을 벌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병력 전부를 철수했다지만, 철수라기보다 재배치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줄곧 평화협상을 위해 노력하던 우크라이나도 이젠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이웃 일본이 최근 전쟁 범죄에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39개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 수사를 요청한 적 있지만, 일본은 이번 주 부차를 직접 거론하며 별도로 수사를 요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ICC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러시아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줄곧 대러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인도마저도 부차 학살을 규탄하며 독립적인 조사 요청을 지지했다.

우리 외교부는 어떤가. 5일 대변인 명의로 나간 성명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말과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독립적인 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이 중요하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ICC 조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은 대러 제재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 일본보다는 형식적인 발언에 가깝게 들린다. 특히 18명의 ICC 재판관 중 당당히 한국인 재판관을 둔 우리이기에 일본과 같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점은 더 아쉽다.

우리 잇속을 따져봐도 지금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할 기회다. 우린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자위대의 헌법 명시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리는 일본이 계속 우크라이나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우린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대러 제재 동참에 미온적이었다가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적용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일본보다 일주일 뒤늦게 대상에 포함됐던 것은 단순한 미국의 실수가 아닌 경고에 가깝다.

러시아나 중국 눈치를 볼 것 없다. 지금은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더 높여 우크라이나 평화와 우리의 입지 모두를 취해야 할 때다. koda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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