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 세계 ‘폭풍의 눈’으로 떠오른 유럽

입력 2022-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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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유럽이 전 세계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에 파문을 일으켰던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대륙에 대한 관심이 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있었지만, 투자자들을 포함해 세계인의 관심이 지난 몇 년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벼랑 끝 갈등’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필두로 유럽은 순식간에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뒤흔들 화약고로 떠올랐다. 여기에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로 대표되는 유럽의 친환경 강화 움직임도 장기적으로 세계 기업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경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시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예상되는 것이 중국과 대만, 양안의 긴장 고조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2월 초에도 군용기를 대거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고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위협을 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독립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충격이 동아시아, 대만에 울려 퍼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가을 자신의 장기집권을 사실상 확정 지을 5년 주기의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장기집권 명분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내세울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 등 서방권의 중국과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면 대만과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긴장도 고조돼 우리나라 경제와 시장에 가해질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왔던 한국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경제 방면에서도 서구권과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미국이 핵심 중의 핵심 동맹이지만, 경제와 무역에서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을 놓고 양 진영에서 자신을 선택하라는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원전 정책과 ‘RE100’ 등 친환경과 에너지 이슈에서 현재 EU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EU는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로 몰락해가던 글로벌 원전 산업에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원전산업 경쟁력을 잃어버린 우리나라가 유럽에 크게 뒤처질 수 있다.

아울러 그린 택소노미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관련 규정안을 살펴보면 원전 투자가 친환경으로 인정받으려면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설령 차기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 하더라도 EU 정책으로 인해 한국 원전산업이 오히려 몰락할 수 있는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위한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RE100은 기업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유럽은 RE100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 제품의 수입을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차기 정권은 미·중 관계, 일본과의 갈등 해소 등 아시아 이슈는 물론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한층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지정학적 문제에서 경제, 환경,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유럽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와 에너지 시장이 돌아가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차기 정권이 이런 실패를 피하려면 유럽이 제기하는 도전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략을 신중하게 짜야 할 것이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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