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뜨거운 감자' 된 광주 복합쇼핑몰, 못한 걸까 안한 걸까

입력 2022-02-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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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창원 조감도(사진제공=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창원 조감도(사진제공=신세계프라퍼티)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며 각 후보들간 선거운동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 지역에 난데없이 복합쇼핑몰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 없고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등 대형 창고형 할인점도 없다는 사실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광주 뿐만 아니라 전북까지 합쳐도 이같은 시설이 없다는 점이 알려지며 상당수의 시민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 없는 광주광역시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지난 해 8월 기준 광주광역시의 인구는 144만1970명이고, 전라남도 인구는 183만8353명으로 총 328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 시기 부산광역시 인구인 335만 명에 육박하고 대구광역시(239만 명)를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광주광역시만 놓고 보더라도 대전광역시(145만 명)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모두 있는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유통기업들이 진출을 시도할 때마다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통공룡 중 한 곳인 신세계그룹은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신세계 주변 부지 2만6600㎡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광주는 여느 지역보다 유독 지역 상인회나 시민단체의 입김이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1995년에 개점한 광주 신세계백화점만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돈이 대기업으로 흘러간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며 세금을 지역 지자체에 납부하는 지역 현지법인 형태로 바뀌었죠. 이 때문에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부문이 아닌 별도 계열사로 잡혀있고, 주식시장에도 2002년 별도로 상장됐습니다.

광주 전남 지역사회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1월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축산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1월 22일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축산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이번에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 건립 공약을 들고 나오자 지역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벌복합쇼핑몰입점저지 전국비대위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발언은 그간 복합쇼핑몰 때문에 피해를 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면서 “해당 공약을 즉각 철회하고 중소 상인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복합쇼핑몰과 대형 할인점을 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주 시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인구가 비슷한 대전만 해도 복합쇼핑몰이 성업 중이고 유령도시라고 조롱받는 세종시마저도 차로 5분만 가면 코스트코에 갈 수 있다"면서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면 전통시장이 망한다'는 논리라면 다른 지역들은 어떻게 복합쇼핑몰들이 들어올 수 있었느냐“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광주광역시의 소비력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광주신세계의 지난 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652억 원으로 전체 백화점 점포 중 12위였습니다. 하지만 면적당 매출을 보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나 대구신세계, 판교점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연 매출이 비슷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이나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과 비교해도 면적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롯데마트가 마침내 최근 문을 연 창고형 할인점은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광주 상무점을 창고형 할인점 ‘맥스’로 새단장했는데, 개장 한 달간 매출이 리뉴얼 전인 작년보다 3배, 고객수는 4배 늘었습니다.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이 없던 지역이어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즉 수요과 소비력은 충분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추진했던 광주신세계 특급호텔 복합시설 투시도(사진제공=신세계)
▲신세계그룹이 추진했던 광주신세계 특급호텔 복합시설 투시도(사진제공=신세계)

"광주시민에게도 쇼핑할 권리를 허하라"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의도로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호남 민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날 윤 후보는 전북 군산 유세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했다고 거듭 주장하며 “김대중 대통령이 만약 현재 대통령이었거나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중이었다면 대기업이 호남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을 막았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의 광주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 “복합 쇼핑몰 정도가 호남 민심을 바꾼다는 말은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며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습니다.

대선발(發) 공약이 광주와 호남의 정쟁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일으키면서 복합쇼핑몰은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정국에서 지역 민심을 움직일 변수가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이런 논의들이 소모전으로만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성은 진출하기 위한 기업이 파악하면 되는 것이고, 지자체나 정치권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 보지 않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주면 됩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과연 광주 스타필드나 롯데몰 광주점을 볼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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