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수레 공수처

입력 2021-12-28 06:00

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작년 이맘때였다.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 1월 김진욱 처장 취임과 함께 공수처는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다.

공수처는 도입 논의만 20년이 넘게 걸렸다. 1997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처음 내놓은 후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으나 야권과 검찰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결실을 맺게 됐다. 숱한 논란으로 진통을 겪으며 탄생한 공수처이기에 국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권력 기관(권력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부패범죄 수사에 대한 국가적인 역량 강화도 장점으로 꼽았다.

공수처 출범 1년. 국민들의 기대는 깡그리 사라졌다.

지난 1년간 공수처는 검찰과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바빴고, 모호한 태도로 정치적 중립 논란을 일으켰다. 굵직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아마추어 같다는 비판을 받았고, 심지어는 언론인과 정치인, 일반인들까지 통신기록을 조회하며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기소율은 ‘제로’다. 공수처는 최근 고발사주 의혹을 ‘공제 13호’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그나마 ‘공제 1호’ 사건인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검찰이 기소한 게 전부다. 공수처는 관련법 상 조 교육감을 직접 기소할 수 없다. 공수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공수처는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부장검사, 평검사, 수사관 1차 채용에서 정원에 미달됐다. 이후 충원은 이뤄졌지만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 역량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수사 과정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무엇보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밑천을 드러냈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신병 확보에 세 번이나 실패했다. 이 중 두 번의 영장(체포영장‧구속영장)은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하지도 않고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다. 세 번째 구속영장은 “구속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불발됐다.

고발 사주 의혹의 다른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는 압수수색 방식을 놓고 대립하다 망신을 당했다.

공수처는 9월 김 의원 사무실을 포함한 5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해 중단했다 재개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김 의원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준항고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공수처가 재항고를 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 절차상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법원의 1차 판단에 체면을 구겼다. 대법원에서 재항고를 기각한다면 공수처는 당시 압수한 물품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의 공용폰을 포렌식 결과를 압수한 것도 ‘하청 감찰’ 논란을 일으켰다.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이유로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했고,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이를 가져가 위법 증거 수집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는 적법한 절차라고 부인했지만 어설픈 해명에 불과했다.

언론인‧정치인과 일반인 등에 대한 통신기록 조회로 인한 사찰 논란도 뜨겁다. 공수처는 논란이 불거진 지 2주 만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수사상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했다. 물론 검찰과 경찰도 사건 수사와 관련해 매년 적지 않은 건수의 통신기록 조회를 한다. 공수처의 소극적인 대처가 화를 키웠다.

공수처의 1년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야권에서는 벌써 ‘공수처 폐지’ 얘기가 나온다. 여권의 지원 사격도 없다.

'고립무원'의 위기다. 공수처가 자초한 것이라 더 안타깝다. 공수처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고, 사명을 다 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다시 정해야 한다. 그것이 ‘빈손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만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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