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 경제 최악의 또 한 해를 보내며

입력 2021-12-23 05:00 수정 2021-12-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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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국가와 가계, 기업 모두 잊고 싶은 최악의 한 해였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 서민 생활은 팍팍하다. 밥상 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집값 급등에 내 집 마련 꿈을 접은 지 오래다. 가계부채 증가도 위험 수위다. 생존경쟁을 벌이는 기업은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이 정부의 최대 자랑거리였던 코로나 방역마저 무너져 국민은 불안하다. 지난해 이맘때 썼던 ‘한국 경제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며’라는 칼럼에서 달라진 게 없다. 아니, 한참을 퇴보했다. 2021년을 마감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당장 정부가 사활을 건 올 성장률 4% 달성도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였다. 1분기 1.7%, 2분기 0.8%에서 하락세다. 코로나 확산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목표를 가까스로 달성한다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정부는 내년 3.1% 성장을 전망했지만, 민간 연구기관은 어렵다고 본다. 더 암울한 건 한국 경제가 내년부터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거라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203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봤다. 2010~2020년 연평균 2.53%를 기록해 OECD 38개국 중 10위였던 한국 경제가 2030~2040년에는 0.69%로 35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증가도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47.9%로 OECD 평균보다는 낮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OECD 국가 평균부채가 11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45%로 돈을 더 풀어야 한다”(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주장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OECD 회원국 14개국 중에선 한국이 여섯 번째로 높다. 비기축통화국의 국가 평균 부채비율은 우리보다 조금 높은 50%대다. 그나마 2026년엔 66.7%까지 치솟아 두 번째로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무작정 빚을 늘릴 수 없다. 빚이 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채권금리와 환율이 치솟아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

가계와 기업 빚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민간부채 위험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국들의 위험도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신용갭은 18.4%포인트로, 전 분기(18.3%p)보다 더 상승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2년 이후 최고치다.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부채위험 평가지표다. 3분기 가계부채(잠정)는 1844조9000억에 달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969조 원이었다. 현 정부 최대 패착인 공급 부족이 부른 집값 급등에 ‘영끌’ ‘빚투’ 등이 폭증한 탓이다. 지난해 3.01%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11월까지 7.76% 상승했다. 작년의 2배가 넘는다. 기업 부채가 는 것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빚으로 근근이 버텼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오이, 상추, 계란, 양파부터 간장, 된장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서민의 시름이 깊어간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다. 정부는 내년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기존 1.4%에서 2.2%로 높였다. 올해 4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2%로 뛰었고, 11월에는 3.7%까지 치솟았다. 9년 1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여기에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시간문제다.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권은 기업이 반대한 상법 공정거래법을 밀어붙였고 중대재해법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내년 1월 시행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수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우리나라다. 최고경영자(CEO) 개인을 형사처벌 하고, 경영자를 특정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한 것도 유일하다. 사망자 없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다른 나라의 처벌수위는 최대가 징역 1년 또는 벌금, 과태료가 3400만 원이었다. 한국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독일, 프랑스 등은 아예 징역형 규정이 없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의 목소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기업인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마저 무너져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상회복이 멈추면서 내수가 위축되는 등 경제 충격파가 크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까지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야 후보는 수십조에서 수백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4년 반 유지해온 부동산 정책 기조를 하루아침에 바꾸겠다고 한다. 표 앞에서 원칙도, 소신도 없다. 무차별적인 포퓰리즘 경쟁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캄캄한 터널 속에 갇힌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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