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미술 tip] 바나나 말고 '얼굴' 보러 갑니다

입력 2021-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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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서울 '앤디를 찾아서' 展

▲'앤디워홀 : 앤디를 찾아서' 전시 전경. (사진=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앤디워홀 : 앤디를 찾아서' 전시 전경. (사진=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저와 제 페인팅, 영화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됩니다. 그 이면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팝아트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앤디 워홀은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는 앤디 워홀의 말과 딱 맞아떨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 커다란 캠벨 수프 등은 없다. 오직 워홀의 얼굴로만 전시장이 채워졌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초기작부터 1987년 사망하기 1년 전에 그린 최신작까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 10점을 볼 수 있다.

워홀의 자화상 작업은 1958년 이전과 1978년 이후 주로 이뤄졌다. 그는 1978년이 될 때까지 10여 년간 자화상을 제작하지 못했다. 1968년 자신의 작업실인 '팩토리'에서 한 여성이 쏜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후 생과 사의 기로에서 격렬한 흔들림을 겪은 까닭이다. 1970년대에 초상화 작업의뢰가 폭주했을 때도 그는 얼굴을 그리지 않았다.

비로소 1978년 자화상을 그리지만, 하나의 얼굴로 드러내는 자화상이 아닌 여러 개의 얼굴이 겹쳐진 혼란스러운 모습을 주로 담아냈다. 특히 1986년 그가 사망하기 1년 전에 제작한 그의 자화상 속 눈빛은 초점이 흐리다. 1981년작 '더 섀도우'는 워홀보다 그림자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워홀의 자화상은 1963년 초기 시리즈부터 1986년 후기 사진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출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즉석사진 촬영 기법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이내 구성 방식 및 색채, 포즈 등에 실험적인 변주를 거듭하며 궁극의 자화상 시리즈를 구현했다. 자화상 속 워홀은 짙은 색의 커다란 안경 뒤 모습을 가린 채 등장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고른 배경색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며 출현하기도 한다.

▲앤디 워홀의 다양한 정체성을 담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사진=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앤디 워홀의 다양한 정체성을 담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사진=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이번 전시에선 워홀의 다양한 폴라로이드 자화상도 만날 수 있다. 워홀은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며 자신의 모습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기록하곤 했다. 그가 사망하고 유품을 정리할 때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만 5만 장이 넘는다. 폴라로이드 속 워홀은 자신을 스스로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연달아 묘사하며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다루고 있다.

워홀은 여장한 남성인 드래그 퀸(Drag Queen)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워홀은 사회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하는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데, 그는 이런 자신의 정체성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관계자는 "워홀의 자화상 작품들은 작가의 특정 작품 활동 시기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자화상은 그에게 내재한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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