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줌업]삼성전자

입력 2009-02-02 09:12 수정 2009-02-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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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패러다임 전환 ‘효율의 삼성’..."우리가 길을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를 겪고 나서 변화한다.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때론 위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지난해 이건희 전 회장의 사임과 이에 따른 파격적인 경영쇄신안, 그리고 지난 1월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은 글로벌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삼성의 변화는 그룹 계열사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에서 잘 드러난다. 변화의 키워드는 ‘젊음’과 ‘성과’이다. 40대 후반 전무급 임원이 나왔고 40대 초반 상무급 임원도 배출됐다. 전무급이 50대 초반은 돼야 했던 예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또 TV·휴대폰 등 지난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낸 사업 분야에서 과감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TV부문 신규 임원 선임자는 지난해 6명에서 올해 10명이었고, 휴대폰 부문에서는 올해 12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과 관련해 “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젊은 세대를 주요 포스트에 대거 발탁했으며, 조직에 역동성과 생동감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전례 없는 대규모 보직순환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IMF환란 이후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나타난 지나친 내부경쟁, 인사적체, 성장동력 발굴 부진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회사의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IMF환란 극복과 회사의 고도성장의 근간이 돼 온 4대 사업총괄 산하 제품사업부 체제를 사업의 특성, 관련기술, 주요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성제품과 부품의 2개 사업부문 체제로 재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완성품 사업조직을 통합해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 부문을 신설했다. 디지털미디어총괄과 정보통신총괄을 통합한 DMC부문에 제품사업 전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사업부간 경쟁체제에서 원활한 협력을 바탕으로 융복합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또 사업조직을 통합해 ‘DS(Device Solution)’ 부문을 신설했다. 반도체총괄과 LCD총괄을 통합한 DS부문으로 부품사업 전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사업부간 원활한 협력과 기술개발, 제조, 구매 및 대형 거래선에 대한 영업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 및 대폭적인 조직개편 실시로 IMF환란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같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경영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관리의 삼성은 잊어라 효율의 삼성 간다

삼성전자는 이런 ‘질적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경영의 패러다임을 ‘내부경쟁 및 사업별 부문 최적주의’에서 ‘전사적인 협력 증진 및 시너지 제고’로 ‘관리의 삼성’에서 현장·스피드를 중시하는 ‘효율의 삼성’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삼성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그룹의 조직문화에도 위기와 함께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는 수직적인 삼성의 조직문화가 쌍방향 의사소통을 앞세운 수평적 조직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오너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해체, 각 계열사별 독자경영체제 강화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가속화시킬 태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예전에는 순혈주의를 포함해 이른바 삼성스타일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과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등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조직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조직개편으로 극단적인 변화가 오지는 않겠지만 삼성 내에 남아있는 위계문화가 자율적으로 가는 데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방향 의사소통…조직문화도 바꿔

역설적으로 이런 변화는 앞서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 선언’이 있어서 가능했다.

2006년 9월19일 이 회장은 뉴욕사장단 회의에서 “더 이상 남의 것만 베껴서는 독자성이 생겨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경영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로 대표되는 1993년 신경영 선언에 이은 ‘제2의 신경영 선언’으로도 불린다.

창조경영은 결국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삼성의 성장이 선직국의 유수한 기업을 신속하게 따라잡는 ‘캐치업 전략’으로 가능했지만, 이제는 TV, 메모리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서 세계 1등으로 올라서면서 삼성이 앞에 서야하는 새로운 상장 국면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삼성 관계자는 “깔려져 있는 철길을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창조경영을 뒷받침해 줄 삼성의 창의적인 인재는 다양성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삼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미 사소하지만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인력개발원에 여성흡연실이 만들어 진 것도 조직문화 변화의 한 사례다.

삼성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성흡연실이 만들어 진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예전의 삼성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특히 삼성인력개발원은 절도가 많이 강조되는 곳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삼성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화전문가로 알려진 구본형씨는 “어떤 때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삼성입사 후 1년여에 달하는 입문교육으로 이른바 ‘삼성의 초일류 DNA를 이식받는 과정’을 거친 삼성맨들은 이제 쌍방향 의사소통, 수평주의로 대변되는 조직문화의 변화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이미 삼성맨들은 변화화고 있다.

삼성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하면 지나치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삼성의 투자금액은 우리나라 600대 기업의 전체 투자액의 27.9%를 차지했다. 삼성의 투자금액이 늘지 않으면 전체 투자도 늘지 않는다.

또 국내 기업 중 세계 초일류 기업 대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점에서 삼성은 국내 기업의 미래 모델 중 하나이다. 이것이 업계 안팎에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삼성의 시도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 주요 조직개편 연혁

-1988년 11월 : 3개 부문 통합 (가전부문, 반도체 부문, 정보통신부문)

-1993년 2월 : 제품군별 6개 본부제 도입 (AV, 가전, 컴퓨터, 통신시스템, 메모리, 마이크로)

-1999년 2월 : GBM제 도입 (12개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영상, 비디오, 냉공조, 컴퓨터, 디스플레이, 스토리지, 프린터, 무선, 네트워크, 메모리, 시스템LSI, AMOLED)

-2001년 3월 : 5개 총괄체제 개편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반도체, 생활가전, 경영지원:2004년 1월 LCD사업부 LCD총괄로 격상)

-2009년 1월 : 2개 부문체제 출범 (DMC 세트, DS 부품)

■ 삼성전자 “두 개의 회사가 만들어 진 셈...이윤우ㆍ최지성 투톱체제 ‘가동’

삼성전자는 1월 조직개편을 통해 부품과 완성제품 두 개 부문의 사령탑에 각각 이윤우 부회장(왼쪽)과 최지성 사장(오른쪽)을 내정하고 투톱 체제를 가동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또 최지성 사장은 ‘보르도TV’로 삼성전자를 세계 디지털TV시장 세계 1위에 올려놓은데 이어 휴대폰 사업을 맡아 세계 2위에 오르게 했다.

각각 부품과 완정제품 분야에서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 낸 인물들이 바로 그 분야 전체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두 개 부문으로 나눴다고 하지만 이전 사업총괄 가운데에서 조율을 맡았던 경영지원과 기술총괄이 사라지고 각 사업부문으로 흡수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두 개의 독립 회사 체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적도 별도로 산정하게 되며 이전 경영지원총괄에서 담당했던 인사 결정권도 부문장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구조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 개편이 ‘초유의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부품과 제품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다르고 결국 사업의 체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됐다. 즉 부품 기업은 기업이 고객이고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 먼저인데 삼성전자의 부품과 제품 부문이 함께 있음으로 해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니나 노키아는 완제품 부문에서는 경쟁자지만 부품에서는 고객”이라며 “기업을 분리 운영해야 대형 거래선과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두 개 사업부문이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된다고 해도 삼성전자를 완전한 두 개의 독립회사로 분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성격이 다른 두 개 부문의 수장을 맡은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각개약진’의 길을 걷게 됐다.

사업 부문별 의사결정 구조는 한결 간소화됐다. 현장에서 부문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는 조직의 슬림화와 더불어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면서 각 부문장인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의 책임이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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