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영문 메이필드호텔 대표 "가격 결정권까지 침해하는 예약플랫폼 갑질 근절해야"

입력 2021-09-23 17:00 수정 2021-09-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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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 메이필드 호텔 대표 (사진제공=메이필드 호텔)
▲김영문 메이필드 호텔 대표 (사진제공=메이필드 호텔)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보편화하면서 플랫폼 사업은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분야로 부상했다.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주문한 상품을 배송받거나 이용 시설을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양한 입점업체를 보유해 언택트 시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불거진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입점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판매자의 고유 권한인 가격마저 플랫폼 사업자가 좌지우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로 공실률이 늘어난 호텔도 예외가 아니다. 호텔업계의 플랫폼 사업자인 예약대행사들의 갑질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심각했다. 오죽하면 호텔업계에 “객실과 서비스는 호텔이, 가격은 플랫폼이 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그나마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체인 호텔들은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지만, 독립 호텔들은 특히나 코로나 이후 늘어난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예약대행사들의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격까지 좌지우지하는 플랫폼 갑질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호텔이 영업을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0%에 가까운 과도한 수수료도 문제지만 호텔 등급마저 무시한 자체 등급을 정해 가격결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과도한 갑질입니다.”

김영문 메이필드호텔 대표는 예약 플랫폼의 폐해를 이렇게 지적한다. 대부분의 플랫폼들은 높은 수수료가 문제지만 호텔의 경우 시장 가격을 무시한 ‘가격 후려치기’가 문제로 거론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익이지만 호텔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휘청일 수 있다.

그나마 국내 사정에 밝은 국내 플랫폼보다 글로벌 호텔 예약 플랫폼의 갑질이 더 심각하다고 김 대표는 토로한다. 그러나 ‘을’인 호텔업계는 이에 대응할 힘이 없다.

그는 “최근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갑질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호텔업계는 예외"라며 "코로나19로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플랫폼에 대한 호텔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대항할 수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플랫폼이 일방적인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장질서에 맡기는 것은 방관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플랫폼의 갑질 문제를 일부 분야에서만 들여다 볼게 아니라 호텔을 비롯한 전 업종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며 "정부가 최고 수수료율을 법제화해 업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만이 점점 비대해지는 플랫폼과 플랫폼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관광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호텔의 '이유있는 몰락'

그는 현재 호텔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정부의 잘못된 관광수요예측에 기반한 호텔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꼽는다.

김 대표는 "2012년말 대비 현재 호텔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관광객 증가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호텔들은 과잉공급에 따른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었고 코로나19가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절한 경쟁은 수요와 공급이 어느정도 균형점을 찾았을 때 가능하다. 공급이 넘치는 시장에서 출혈경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출혈경쟁의 틈새를 노린 것이 바로 예약 플랫폼이다. 공급이 넘치니 플랫폼이 가격을 낮추고 수수료를 높여도 호텔 입장에서는 공실을 감수하기보다 객실 가동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의 숙박업 확충방안에 따라 용적율을 비롯한 혜택을 받고 지어진 호텔들을 주거시설 등 다른 용도로 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과감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존 위한 변화 나선 호텔업계

호텔들도 생존을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 대표가 경영하는 메이필드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를 배달로 제공하는가 하면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호텔도 등장했다.

김 대표는 뱅커에서 호텔리어로 변신한 인물이다. 동화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워커힐로 자리를 옮기며 호텔리어로 변신했다. 재무통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역발상은 코로나19를 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를 4차산업 혁명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생각했다"는 그는 "과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위한 대대적인 IT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적기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말한다.

고객이 몰릴 때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렵지만 고객이 줄어든 시기에는 이를 보완할 여유가 생긴다. 그는 서버의 대대적 교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홈페이지 재정비 등은 물론 통신사와 손잡고 '서빙로봇', '야외 배달 로봇' 등을 개발해 실전에 투입했다.

또한, 메이필드 호텔의 명물인 갈비명가 ‘낙원’의 갈비찜을 가정간편식(HMR) 상품화해 마켓컬리, 현대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하고 명절상차림 ‘세찬’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한 것도 김 대표의 결정이다.

◇“호텔 공실률 2023년에 회복될 것”

최근 들어 ‘위드 코로나 시대’가 화두가 되면서 호텔 방문객 수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호텔이 정상화하기까지는 1년 여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게 그의 분석이다.

현재 호텔업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부문은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레스토랑은 호텔의 고질적인 적자 사업분야다. 레스토랑만 정상화된다고 해서 호텔의 경영 악화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호텔은 객실과 연회장 부문에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익을 내는 부문은 회복되지 않고 적자를 내는 부문은 회복되고 있어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라고 진단하면서 "호텔의 경영 정상화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항공업계가 2023년에야 외국인 관광객 수요 정상화를 예측한 만큼 호텔도 항공업계의 정상화 이후 2~3개월 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업계는 앞으로 1~2년의 기간을 버티기 위해 착실히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안전, 위생,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가치 확보에 나서는 호텔이 늘고 있다. 또 호텔에 단기 투숙하기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단체가 아닌 개별 여행이 증가하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장기투숙객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지와 연계한 호텔 프로모션 전개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호텔업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우수한 인재가 떠난 인력 이탈이 가장 큰 타격 중의 하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호텔이 위드코로나 시대에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인재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여기에 호텔이 가진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는 분명 업계의 위기지만 이 시기 방대한 데어터를 분석하고 인재를 육성한다면 호텔 산업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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