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올림픽까지 끌어들이는 대선판

입력 2021-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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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우여곡절 끝에 열린 ‘2020도쿄올림픽’을 보고 있으면 벅찬 희망이 샘솟는다. 여자 체조 도마에서 여서정 선수가 ‘여서정 기술’로 동메달을 따낸 모습을 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매번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메달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4년간(이번은 5년)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모두 쏟아내는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대견함이 상존한다.

이다빈 선수가 태권도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활짝 웃는 모습에서 패자의 품격을 볼 수 있었다. 역대 한국 선수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 오진혁 양궁 선수의 올림픽 도전사는 중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아쉬운 점은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여자 양국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황당한 페미니스트 논란이다. 안 선수에 대한 남성 커뮤니티의 ‘젠더 갈등’으로 비화한 ‘사이버 폭력’은 황당함을 넘어 한 인간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범죄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더 황당한 점은 대선정국이 본격화한 정치권에서 안 선수 논란을 정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안 선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안 선수가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는 것이 왜 페미니스트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 안 선수의 짧은 머리는 개인의 취향이며 그냥 훈련을 편하게 하기 때문에 짧은 머리를 선호했을 수 있다. 안 선수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네티즌들이 남혐 용어라고 주장하는 ‘오조오억’, ‘웅앵웅’ 커뮤니티 신조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페미니스트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오죽하면 외신 기자들이 사실관계를 떠나 “페미니스트라는 걸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을까.

5년마다 열리는 대선 정국에서 네거티브 선거판은 매번 반복되는 악습이다. 매번 대선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만 상대진영 공격엔 네거티브를 ‘검증’으로 포장해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당내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어 상대 당 후보는 물론 같은 당 후보끼리도 서로 흠집을 내는 네거티브 선거를 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이번 대선은 국민경선을 내세우며 겉으론 정책 대결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대 후보 비방에만 급급하다.

정치판에서 정책 대결이 언제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대선 때마다 네거티브로 판세가 뒤집히는 경우가 있어 열세 대선후보에겐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선이 끝나면 비방했던 후보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대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반드시 네거티브 선거 후보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네거티브 선거판에 안 선수를 끌어들이는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만 더 부추긴다. 안 선수가 정치권에 이름을 오를내릴 이유는 전혀 없다. 개인이 패미니스트든 아니든 정쟁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안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메시지를 쏟아 내고 있는데 그 메시지마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냥 모른 척해 주는 게 안 선수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더는 대선 후보나 정치인 입에서 격려라도 안 선수를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이 열리는 날 아침에 패미니스트 비난 여론을 받는 안 선수에게 전화해 “믿고 있으니 경기를 잘 치르라”고 격려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전화하기 전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에게 안 선수에게 전화해도 괜찮은지 먼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괜찮을 것 같다’는 장 부회장의 조언에 따라 전화했던 것이 안 선수에게 큰 심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격려가 됐다고 한다.

정 회장이 격려 한마디하기 위해 고심했던 것처럼, 정치인이 안 선수에게 격려하고 싶으면 주위 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그 마음을 헤아린 다음에 격려할지 안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치인의 격려는 오히려 안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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