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 “물의 연금술, 반도체 ‘초순수’ 국산화로 세계 도전장”

입력 2021-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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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 (고이란 기자 photoeran@)

“물은 고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연금술적인 산업이다. 반도체 공장의 절반은 물이 차지하고 있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도의 정제수, ‘초순수’는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사실상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 초순수의 국산화는 미래 먹거리와 ‘물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19년 8월 일본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 수출을 규제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재인 초순수는 인프라 설계, 시공, 운영 등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이고, 생산에 필요한 일부 기자재가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어 언제든지 제2의 불화수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초순수는 일반 물속에 있는 무기질ㆍ박테리아ㆍ미생물ㆍ용존가스 등을 제거한 고순도 물이다.

수출규제 2년만인 올해 환경부는 2025년까지 480억 원(정부 출연금 300억 원, 민간부담금 180억 원)을 투입해 초순수 기술 개발에 돌입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이엔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한성크린텍은 6월 23일 협약을 맺고 국책 연구과제인 ‘초순수 공업용수 설계, 시공, 운영 국산화 기술개발’을 시작한다.

국내 초순수 공정설계 국산화 점유율 100%, 시공 60%가 목표다. 초순수 국산화로 인한 수입 대체 효과는 연간 2500~2700억 원에 달한다.

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는 “현재 초순수의 경우 일본기업이 생산시설 설계를 맡고 있으며 국내 업체는 단순 시공에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크린텍은 초순수 생산시설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중 조달ㆍ시공을 해 왔다. 최근 10년간 초순수 생산설비 시공실적은 2170억 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E(설계) 능력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지만,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산 EPC 기술이 진입하기 어렵고, 기술을 적용할 기회가 없어 성능 확인이 미비했다”라며 “설계자가 일본 사람이면 일본 장비를 쓸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번 연구의 목표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를 국산화해 기술 자립을 이루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실증화 사업으로 테스트베드를 통해 실제 현장에 적용, 5년 후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 연구 기간 수자원공사와 한성크린텍은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를 선정해 일부 생산 설비에 초순수 기술을 적용한 실증 테스트를 병행한다.

그는 “국산화가 정착하고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게 되면 수주 한 건당 적게는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라며 “국내에서 인정을 받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면 먹거리를 늘릴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산업구조 개선과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성크린텍은 국책 과제 이외에도 신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PCW(공정냉각수)와 고순도 GAS 및 HVAC(공조) DUCT 설비 분야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

PCW와 고순도 GAS 배관은 장비의 항온을 위한 냉각수와 가스 공급 설비 배관이며, HVAC DUCT는 공기를 천장 배기를 통해 유입시켜 온도를 조절하는 설비다. 모두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다. 또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HK와 88억 원 규모의 플랜트 계약을 맺으며 해수 담수화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대표는 “초순수의 EPC 국산화 외에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EPC 이외에도 수처리 시설 O&M(유지·보수) 사업에 꼭 진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33년째 물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직책을 내려놓기 전 마지막으로 꼭 초순수 기술 국산화를 이루고 싶고 책임감도 느낀다”라며 “중소기업일지라도 기술력에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물 산업을 혁신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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