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개인정보 노출한 감사원

입력 2021-07-06 11:30 수정 2021-07-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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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부패행위를 감찰해야 할 감사원이 되레 공익제보자의 신분을 노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의 제보조회 시스템에 민원 접수번호와 공익제보자로 추정되는 이름을 넣으면 제보자의 인적사항과 제보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감사원의 제보조회 시스템을 통해 특정된 공익제보자가 실제로 직장 내 따돌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 (뉴시스)
▲감사원. (뉴시스)

◇임의로 용역 기한 연장…고발 이후 피해는 공익제보자가 =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재직자 A 씨는 지난 2019년 9월 소속기관의 비위 행위를 포착, 감사원에 제보했다.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합 ERP 구축 사업에 관한 내용이다. A 씨의 소속기관은 수차례의 사업을 진행하며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올해도 차기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기관은 경쟁입찰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용역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새로 입찰을 진행해 계약을 맺지 않고, 사업자와 임의로 계약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기관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임의 수의계약을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역을 수주한 업체는 2014년부터 해당 기관과 지속해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첫 문제 제기 이후 해당 기관은 법률 검토를 거쳤고, 문제 소지가 있다는 답을 받았다. 경쟁입찰의 원칙을 위반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따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고 계약을 연장해 기존 사업자가 계약 기간을 넘어서 용역사업을 계속 수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이에 해당 기관은 다음 날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답변을 확보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겪는데…여전히 제보조회 루트 열어놨던 감사원 = 관련 내용을 고발한 이후 공익제보자는 조직적인 따돌림에 시달려야 했다.

감사원에서 해당 기관에 소명요청차 내려보낸 공문에 감사 제보 민원 번호가 명시돼 있었고, 기관 내 직원들의 이름을 넣으면 제보자와 제보 내용을 특정할 수 있었다. 공익제보자의 개인정보에 피감기관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해당 기관에서 감사원에 보낸 공문에도 공익제보자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있던 정황이 드러난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관련 문서에 따르면 해당 기관은 “관련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민원인에게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명해 오해를 해소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공익제보자는 감사원에 답변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 날 담당자가 수차례 면담을 하자고 요청했다 밝혔다.

이후 해당 사건을 맡은 담당자는 승진했고, 공익제보자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 감사원에 소명자료를 보낸 이후, 다음 달 중순께 해당 기관은 인사 조치를 내렸다. 제보 대응 업무를 맡았던 이들은 인사위원회로 영전했다.

이후 공익제보자는 사무실 제일 구석 자리에 배치됐다. 퇴근 시 종이가방을 들고 있으면 기관 소속 간부가 다가와 관련 내용을 살피기도 했다. 소문이 타 부서까지 퍼져 육아 휴직 복직 후 가까웠던 직원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해당 기관을 위한 행정개선 제안을 내놔도 검토조차 받지 못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2항에 따르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또한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12조(공익신고자 등의 비밀보장 의무)에는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선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감사원은) 신분 노출의 위험성을 인지한 직후 더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라며 “공익제보자를 적발하고 가해자가 승진하는 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익제보자 A 씨는 “부당사항을 발견해도 눈감아주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시스템”이라며 “꼬리표가 계속 달리고 있는데, 감사원이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와 관련된 국민청원이 ‘공익제보자 정보를 노출한 감사원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인 상태다.

문제 제기 이후 감사원은 제보조회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본인인증 이후 제보조회를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었으나, 기존 제보조회 루트를 여전히 보존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전까지 감사원은 해당 루트로 여전히 공익제보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투데이 취재가 지속하자 감사원은 제보조회 시스템을 손질했다. 현재는 모든 루트에서 본인인증이 필수로 이뤄져야 제보조회가 가능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감사원 홈페이지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기존 페이지를 건드리면 내부 DB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개편 과정에 있었고, 현재는 지적을 반영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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