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위대한 유산'… 유족, 의료·미술품 등 기부

입력 2021-04-28 11:00 수정 2021-04-30 15:38

상속세도 12조 이상

감염병ㆍ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에 1조 원 기부
개인소장 미술작품 1만 1000여 건, 2만3000여 점 국립기관 등에 기증
12조 원 이상 상속세 납부… 국내외 기업인 중 역대 최고 수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1년 삼성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1년 삼성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한다. 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

이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다.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사회와의 '공존공영' 의지를 담아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감염병 대응에 7000억 기부… 전문병원 건립·연구지원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ㆍ중환자ㆍ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소아암ㆍ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 원 투입

▲이건희 회장이 2013년 10월 28일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2013년 10월 28일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유족들은 소아암ㆍ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ㆍ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ㆍ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 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 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총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개인소장 미술품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 "국민 품으로"

▲서양미술품 1300여점 중에는 수백억원대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인간 내면을 색채로 표현한 로스코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를 때 완성한 1956년작 `붉은색 위에 흰색`(166x144.5cm)이 5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게 감정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마크로스코 '무제')
▲서양미술품 1300여점 중에는 수백억원대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인간 내면을 색채로 표현한 로스코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를 때 완성한 1956년작 `붉은색 위에 흰색`(166x144.5cm)이 5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게 감정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마크로스코 '무제')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故)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대부분의 미술품을 기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감정가만 2조5000억∼3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속세 12조 원 이상…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

(연합뉴스)
(연합뉴스)

유족들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 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각각 상속받게 되는 주식 비율 등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상속 규모만 18조 원을 넘는 역대급 규모인 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기 때문에 유족 사이에 분할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책임' 유지 따라 사회환원 지속 전개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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