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發 토지거래허가제 ‘째깍째깍’… 효과는 '갸우뚱'

입력 2021-04-20 17:50 수정 2021-04-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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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수 적고 노후주택 많은 용산
공공재개발 후보지 등에선 효과
강남은 실수요 중심 집값 오름세 여전

서울시가 들썩이는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겨냥해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거래를 어렵게 해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수요가 견인하는 가격 상승세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효과'에 놀란 오세훈 "재건축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주 주택건축본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되고 몇 군데에선 신고가를 갱신해 우려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세운 오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당사자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0.06%)보다 세 배 높은 0.18%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기존 가격보다 적게는 수억, 많게는 십 억 넘게 오른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이 주택시장 진정 카드로 토지거래허가제를 꺼낸 건 투기성 수요 유입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을 넘어서는 토지를 취득하려면 사전에 토지 이용 목적을 담은 계획서를 작성해 기초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수요 목적이 아니면 지자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주택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구매가 막히고 전ㆍ월세도 줄 수 없다. 허가 대상 토지를 무단으로 거래하다 적발되면 그 거래는 무효가 되고 매수자는 2년 이하 징역형이나 토지 가격의 30%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부과받을 수 있다.

1년 만에 40% 늘어난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용산ㆍ공공재개발 구역선 효과

투기 억제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쓰는 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7.3㎢던 서울 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현재 45.7㎢까지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용산구 이촌동, 한강로1ㆍ2ㆍ3가, 용산동3가와 강남구 삼성ㆍ청담ㆍ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주변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집값이 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도 공공재개발 후보지 24개 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다. 이들 지역에선 대지지분이 18㎡가 넘는 주택(주거지역 기준)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고 실거주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애초 주택 수가 많지 않고 실거주 여건이 열악한 노후주택이 많은 용산구에선 거래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도 권리 산정일 이후 매매된 주택에 대해선 현금청산하기로 한 정책과 맞물려 효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강남권이다.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허가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거듭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지난해 5월) 3.3㎡당 5491만 원이던 잠실동 아파트값은 열 달 만에 19%가 올라 지난달 6547만 원이 됐다. 이 기간 대치동 아파트값 역시 6085만 원에서 6894만 원이 됐다.

직접 살겠다는 강남 실수요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집값 올려
전문가 "집값 치솟는 재건축 단지 효과 못낼 것" 실요성 의문

실거래가도 상승세다. 토지거래허가제 이전 16억 원대에 매매되던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60㎡형은 지난달 19억8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97㎡형 가격도 지난해 5월 22억9000만 원에서 올해 초 27억 원까지 올랐다. 일부 수요자는 구청 허가가 필요 없는 지분 18㎡ 미만 소형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세대 분리를 통해 가족 일부만 입주하는 방식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우회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들 지역에선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거래는 줄었지만 실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개발 호재도 있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보니 실수요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 상승세가 거세지고 있는 재건축 단지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가 큰 힘을 내지 못하리라 예상한다. 여 연구원은 "재건축 아파트는 지금도 여러 겹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값이 오르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수요자에게 경각심을 줄 순 있겠지만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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