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車 반도체 복잡한 셈법…사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입력 2021-04-13 15:19 수정 2021-04-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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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단 공정 가는데 ‘레거시 공정’ 늘릴 순 없어”
“수익성 낮은 제품, 10년 이상 장기공급해야 하는 부담”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최근 일련의 반도체 부족 사태와 관련해 할 말이 많다. 세트업체의 아우성과 각국 정부의 소집ㆍ협력 요청을 잘 알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 비중은 작은데 정부의 ‘SOS 요청’이 계속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입장은 난처하다.

여태까지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용 반도체의 98% 이상을 수입해 사용해왔다. 국내 팹리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수요도 많지 않은 데다 개발 단계도 더 복잡한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부족했던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사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5% 미만으로 미미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한 번 공급하면 10년 이상 장기 생산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장기간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통상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면 10년 가까이 탄다고 가정했을 때 완성차의 사후관리를 위해 차량용 반도체도 10년 가까이 공급되어야 한다.

또 반도체 회사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선단 공정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뒤처진 레거시(legacy) 공정을 사용하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것은 기존 기술 공정 흐름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 통상 차량용 반도체는 28나노 제품을 대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된 공정이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다 털어내고 싸게 생산할 수 있어서다. 완성차 업체도 저렴하게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앞선 공정으로 가는 마당에 레거시 공정을 상용하는 제품 생산을 늘리긴 어렵고, 이를 위해 별도의 라인을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인텔은 미국 정부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내 2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백악관이 주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6∼9개월 이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개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론 △차량용 반도체 수요와 공급 매치 △초기 사업단계를 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이 꼽힌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국내의 차량용 반도체 산업 기반 구축 노력은 늦은 감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완성차업체와 팹리스, 파운드리 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도 “공공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적인 연구는 장기적으로 지원하되, 반도체 기업들엔 완성차업체와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리를 놔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상황이 바뀐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자동차 업계도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국산 차량용 반도체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는 성능이 같다면 차량용 반도체를 국산품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팹리스 기업으로선 국내 완성차업체가 먼저 구매 물꼬를 터주면 수출길 나서기도 쉬워진다.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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