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에 그릇 휘두르며 저항…헌재 “정당방위 인정”

입력 2021-03-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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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가해자 상해 혐의로 기소유예…헌법재판소 “검찰, 정당방위 여부 따졌어야”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기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자 사기그릇을 휘둘러 저항한 여성에게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9일 성추행 가해자에게 그릇을 휘둘러 저항하다 상해 혐의로 입건된 A 씨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A 씨의 청구를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B 씨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귀 부위를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B 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A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하지만 피해 정도를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지기 않는 처분이다. 이에 A 씨는 강제추행의 방어 차원이었을 뿐, 적극적으로 공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B 씨는 귀에 봉합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상해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음에도 검찰은 A 씨에 대한 피의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 씨는 A 씨보다 9살가량 젊은 남성으로 완력을 이용한 갑작스러운 강제추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B 씨는 밤 10시가 지난 무렵 A 씨를 뒤따라가 욕실 전원을 끄는 등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기습적으로 강제추행을 했다”면서 “사건 당일 정황, 강제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A 씨의 방어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검찰로서는 B 씨가 입은 피해가 상해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한 다음, 당시 A 씨가 놓인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 형법상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한다”면서 “충분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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