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도의 세상 이야기] 모빌리티로 변신하는 미래 자동차

입력 2021-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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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서울대학교 객원교수,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

2000년대 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기 시작할 때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였다. 당시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폭스바겐, 벤츠, 아시아의 도요다 등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자동차 제조업의 후발 주자인 현대차도 이러한 추세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던 시절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연비 개선을 위한 효율 향상, 자동화 등 투자에 집중하였다. 생산은 일찍이 포드가 창안한 컨베이어 라인을 기초로 분업 구조 활용을 통해 원가 절감에 더욱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부품은 모듈화하였으며 외주화 비율이 확대되었고, 자동차 판매 딜러망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었다.

이에 반해 컴퓨터와 통신을 결합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였지만 사업 모델은 매우 달랐다. 통상 자동차나 기계와 같은 내구재는 평균제조원가에 기초해 가격이 책정되고 생산업체는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에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반해 IT산업은 네트워크 특성상 소비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효용이 더 커지는 외부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IT기업은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더욱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서 평균제조비용을 낮추는 노력보다는 수요 확대에 주력한다. 무한정 수요가 늘어나면 사실 평균제조원가는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생산물을 한 단위 늘릴 때 필요한 초과비용의 증가분인 한계비용이 점차 ‘영’에 수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당연히 사업자는 수요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이나 다른 부가 서비스를 끼워 팔면서 수익을 높이는 방식의 영업전략을 택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비중이 늘어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휘발유나 경유를 쓰던 내연기관들이 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가 나타나면서 자동차가 점차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차 안에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영위할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분업과 대량생산의 총아인 자동차 조립 컨베이어 벨트의 길이가 갈수록 짧아진다. 이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수소차의 경우 연료전지 생산 공정이 자동차 회사의 조립 공정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율주행 기능이 확대되면서 각종 정보를 제어할 전자 장치들이 추가되고 있다. 더 이상 자동차가 기계공업의 전유물을 벗어나 화학이나 IT산업 등 다른 분야와 융합되어 간다. 이제는 과거 자동차 생산대수를 결정하던 핵심부품이 엔진이나 변속기가 아닌 자동차 회사의 조립 공정 밖에서 이뤄지는 전기나 IT부품과 소재들이다.

이에 따라 전통 자동차 부문의 가치는 지지부진한 데 반해 테슬러와 같은 전기차 업체, 배터리 제조업체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공유경제가 일상화되면 자동차의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연간 8000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자동차 내수판매 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그런데 과거 자동차를 판매했을 때 자동차 회사에 떨어지는 부가가치가 거의 100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이 중 상당부분을 배터리 회사나 다른 IT업체에 넘겨주어야 한다. 오히려 이들의 부가가치가 자동차 조립에서 생기는 부가가치보다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지금의 자동차 산업은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반면, 이들 업체에는 오히려 시장 진입이 용이한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더구나 판매망마저 기존의 딜러를 대체하여 온라인이 주가 되고 소비자 취향에 맞춘 주문 생산의 비중까지 커진다면 기존 자동차 업계로서는 죽을 맛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기업들도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다양화한 모빌리티 회사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시관이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열려 그 열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전시회의 참가 기업들이 가전이나 IT에서 자동차 등 전통산업으로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자나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연이어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올해는 미국을 대표하는 GM이 자율주행과 수직이착륙 비행체를 내놓아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를 따라오고 있다. 이제 ‘전기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와 같다’는 토니 세바의 말처럼, 지금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지만 모빌리티의 변화로 컴퓨터가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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