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은 정당한가, "좀비 쓰나미에 휩쓸리고, 경제 생산성 위축시킬수도"

입력 2021-02-02 15:31 수정 2021-0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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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일리노이주 버논힐스에 위치한 게임스톱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버논힐스/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일리노이주 버논힐스에 위치한 게임스톱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버논힐스/AP뉴시스)
소액주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던 주주행동주의가 ‘군집행동’으로 번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서 집단주의가 극단으로 흐를 때 나타나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집단사고가 형성돼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정도 집단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전문가들은 “소집단 단위의 이너서클 안에서는 ‘의리’ 또는 ‘관계’로 결속되지만, 외부 사람들은 배척된다. 민주적 과정이나 개인의 권리는 무시되고 오직 집단의 목표와 결과를 중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게임스톱운동’이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당성을 훼손한 집단의 이익은 부메랑이 돼 주주나 기업, 더 나아가 자본시장,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자금이 게임스톱처럼 부실기업을 연명케 하고, 이는 소모적인 경쟁으로 이어져 고용의 질과 경제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창조적 혁신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명분은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지만, 공매도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려는 월가의 헤지펀드나 벌처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동학개미의 군집행동의 이면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4.18% 하락한 35만55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각각 4.38%, 3.36% 하락했다. 에이치엘비는 1.76% 떨어졌다. 전날만 해도 셀트리온은 반 공매도 이슈 등의 영향으로 14.51% 오른 37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9.60%), 셀트리온제약(7.03%) 등 이른바 ‘셀트리온 3형제가’ 일제히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짧지만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만든 비이성적 과열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장기화할 경우 자칫 시장질서를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시세조종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한투연 홈페이지에는 ‘(본인이 보유한) 씨젠으로 반공매도 하자’, ‘주식 매도는 매국노다’ 등의 치기 섞인 글이 자주 올라온다. 벌써 마이너스 수익률을 인증하는 사례도 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실적과 괴리돼 급등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에 뛰어들 때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525만 개다. 공매도에 반대하는 청원자는 현재 20만6464명이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공매도 재개에 찬성하는 의견도 24%나 된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15.5%다. 반대는 60.4%이다.

‘K-스트리트베츠’(KSB)대표 운영자는 “공매도를 무조건 폐지하자‘는 입장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공매도를 허용할 거면, 선진국과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어 경쟁하자는 취지”라며 “미국의 경우, 공매도할 때 증거금 140%, 30일 이내 환매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한국은 증거금 제한, 환매 기한 등이 아예 없어 기관 대비 개인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은 정당할까. 국내 로펌의 한 관계자는 “현행 자본시장법은 위법한 방식의 매수를 금지하고 있다”며 “개인들의 주식매수 운동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매수를 권하는 주체 측이 미리 해당 주식을 사놨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팔아 차익을 실현할 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감독당국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양성 없는 군집행동, 경제 생산성·창조적 혁신↓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경제사령탑이었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한보사태 이후 부도 공포증에 시달리던 김영삼 대통령은 “어떻게든 부도만은 내지 말라”고 수시로 지시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이후 기아자동차를 원칙대로 부도처리하지 못하고 끌고 가다가 외환위기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고 강 전 부총리는 후회했다. 어느 대통령, 장관, 은행장도 부도기업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지 않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을 정부 지원으로 연명시키면 부작용이 훨씬 크다.

시장에서는 ‘게임스톱’에서 파생된 군집행동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자본주의 역동성의 근간인 창조적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잘못된 자본흐름은 수년째 적자이면서 부채비율이 360% 이르는 게임스톱 같은 기업을 연명케 해 훗날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계기업이 5033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3475곳보다 많다.

국가 경제도 걸림돌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부실 중소기업이 정상적인 중소기업의 고용 및 투자를 억제하는 ‘발목잡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자생력 없는 좀비 기업들 때문에 신규 중소기업의 진입이 억제되고 부실기업과 정상기업 간에 소모적 과당경쟁이 빚어진다는 얘기다.

기업과 산업의 혁신성장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존 플렌더 파이낸셜타임즈 칼럼니스트는 “자본의 잘못된 배분은 게임스톱과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차입이 가능하도록 급부상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며 “이는 향후 효율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 생존시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역동적인 자본주의의 기반인 창조적 혁신도 저해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헤지펀드가 엔론, 리먼브러더스, 와이어카드의 약점과 사기 행각을 폭로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도 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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