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지로 기어 나온 사기꾼, 일벌백계해야

입력 2020-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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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로 기어 나온 사기꾼.'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이 두 개의 사건은 과거 음성적으로 알음알음 피해자를 모집해 사기를 치던 사기꾼들이 제도권의 금융사를 이용해 대규모 피해자를 낳은 '역사적 사건'이다.

과거 대형 사기 사건을 살펴보면 3만여 명에게 5조 원을 끌어모아 '거액 사기'의 첫발을 뗀 조희팔의 경우 피라미드 방식으로 안마의자 사업에 투자한다고 거짓말했다.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은 9만여 명에게 2조 원 대 사기를 쳤다. 그도 피라미드 판매 조직을 활용했다.

금융 사기는 점점 진화했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1만2000여 명에게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모아 빼돌렸다. 이철 밸류인베트스트코리아(VIK) 대표는 소외된 스타트업 기업에 '펀딩'을 하겠다며 3만여 명에게 약 7000억 원을 모았다. 이들 역시 피라미드 조직을 통해 자금을 모집했다.

이들은 낯선 금융용어를 사용해 그럴듯하게 꾸몄다. 몇몇 선물회사나 상장사를 끼긴 했지만, 결국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거액 사기' 사건의 최신판이 업데이트됐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이 앞선 사건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은행ㆍ증권사 등을 활용해 자금을 모집했다는 점이다. 가히 사기계의 '혁명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피해자를 기만하는 방법이 나날이 치밀해지는 것은 사기의 본질적 속성이지만, 제도권의 공신력을 미끼로 활용한 적은 없었다.

사기 행각은 더욱 조직화하고 있다. VIK 사건에는 사정 당국과 정치인 등이 연루됐고, 라임 사건은 증권사 직원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으로 장난(?)을 치던 이른바 '회장님'들이 쇠고랑을 찼다.

사기범의 태도도 뻔뻔해지고 있다. IDS홀딩스 김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다'며 음모론을 양산했고, VIK 이 대표는 공영방송을 통해 '억울하다'고 말해 3만여 명의 피해자의 복장을 뒤집었다. 옵티머스 사건 연루자들이 정관계 로비 의혹 명단을 공개하자, 라임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이가 없다. 물론 이들도 자신의 주장을 펼 권리는 있다. 정말로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평생 모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수만 명의 피해자 앞에서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라임ㆍ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펀드 수탁사와 판매사의 책임도 크다. 투자자들은 금융 상품보다 금융사를 믿는다. 라임ㆍ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 '금권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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