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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빚투·영끌의 그림자

입력 2020-09-21 18:40 수정 2020-09-21 19:11

김남현 기획취재팀장 겸 자본금융전문기자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17조9023억 원. 8월 은행 기타대출 5조7000억 원 급증.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 흔적이 사상 최고·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동반하면서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잡히기 시작하고 있다.

2년 미만 정기예금 등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광의통화(M2)도 7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1% 급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10.5%)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이를 두고 한 금통위원은 “6월 이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최근 M2 증가율 움직임에서 시장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가계대출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점차 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올 초 동학개미운동을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개인들의 주식·부동산 투자 열풍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겠다는데 이의를 달 만한 이는 없다. 다만 문제는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빚을 내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경제 펀더멘털과 자본시장 간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미·중 간 무역 갈등, 미국 대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로존 탈퇴) 등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다.

마냥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주식과 부동산값이 행여 고꾸라지기라도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투자 책임은 오로지 그 투자자에게 있다지만 이런 현상이 현실화한다면 개인들이 그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싶다.

또 개인들만의 문제로 그치지도 않을 게다. 이를 두고 한은 금통위원은 “과거 주가 상승기에 비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불안 재현 시 그 파급 양상이 이전과 사뭇 다를 수 있다”며 “즉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만일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금융시스템의 문제로 비화될 위험은 줄겠지만, 개인의 손실 확대가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위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빚투·영끌 열풍은 표면적으로는 올 초부터 시작된 저금리와 확대재정정책 속에서 피어났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정부 당국이 유동성을 풀자 시중금리는 급전직하했고, 이젠 은행에 1년간 정기예금을 들어도 받을 수 있는 금리는 0%대에 그치게 됐다. 반면, 대출금리는 2% 중반까지 떨어져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양극화와 더불어 불안한 고용에 있다. 여기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미래 희망에 대한 상실감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 중인 사람들의 집값이 하루아침에 몇 억 원이 올랐다는 소식은 소외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위기 때마다 새롭게 등극한 주식부자들에 대한 학습효과도 더해졌다. “이번이 아니면…”이라는 말들이 빚투·영끌 투자자들의 입에서 절로 나온다는 점은 이를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셧다운(일시폐쇄) 조치로 서비스업종을 시작으로 불었던 고용 불안은 제조업까지 번졌다. 8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974억 원을 기록해 넉 달 연속 1조 원대를 지속했다는 소식은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래 희망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를 위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한 문제도 아닌 반 문제를 두고 경쟁했고, 대학에서는 잠시 낭만을 즐길 틈조차 없이 입사시험 준비와 학자금에 치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에 그쳤고,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사회문이 더 좁아졌다.

2000년대 취업·결혼 등을 포기한 ‘N포세대’에 이어, 현재는 ‘기름기를 뺀 살코기처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배제한 삶을 지향한다’는 ‘살코기 세대’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人間)이란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라는 점에서 ‘살코기 세대’라는 말은 인간이기조차 거부한다는 실로 무서운 말이다.

빚투·영끌에 비친 그림자를 거둬 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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