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고수부지와 둔치, 강턱

입력 2020-09-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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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계속된 폭우로 서울 한강시민공원 인근 고수부지가 물에 잠겼다.” “소 한 마리가 집중호우로 80㎞가량 떠내려가다 밀양시 야촌마을 낙동강 둔치에서 구조됐다.”

올여름 장마는 기상청이 관측한 이래 가장 긴 장마이자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여러 날 내린 비로 불어난 물이 미처 줄어들기 전에 폭우가 다시 이어져 하천이 범람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첫머리 예시문 역시 장마 기간 뉴스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보통 우리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고수부지’와 ‘둔치’가 눈에 띈다. 이 두 단어는 동의어일까.

고수부지(高水敷地)는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 언저리의 터’를 말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 사전에 등재돼 있지만, 일본식 한자어이다. 고수공사(고스이코지·こうすいこうじ·홍수를 막기 위한 하천 제방공사)의 고수와 부지(시키지·しきち·터)를 조합한 일본어 투 표현으로 일본어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1980년대 한강 주변을 시민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한 공무원이 임의로 조합해 쓴 것이다. ‘한국땅이름학회’가 1986년 서울시에 시정을 건의해 한강 고수부지가 ‘한강시민공원’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고수부지는 대중에 일반화했다.

순우리말 중에 물가의 언덕을 뜻하는 ‘둔치’라는 말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은 고수부지의 순화어로 둔치를 쓰도록 권했다. 이 영향으로 ‘한강 둔치’ ‘낙동강 둔치’ 등의 표현이 많이 쓰이게 됐다. 둔치는 ‘강, 호수 등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다만 고수부지를 둔치로 대체하기에는 의미상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의 보완으로 국립국어원은 둔치 외에 ‘둔치 마당’ ‘강턱’도 제시했다. 한강의 경우 둔치를 다듬어 놀이나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든 곳이 있는데, 이를 ‘둔치 마당’이라고 한다. 또 ‘큰물이 들거나 수위가 높을 때에만 잠기는 강변의 턱진 땅’은 ‘강턱(江턱)’이라고 한다. 강턱은 큰비가 오지 않으면 평소에 물이 없기 때문에 사전상 의미를 살펴보아도 고수부지가 가리키는 곳에 가깝다.

둔치는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이므로 강가, 호숫가뿐 아니라 바닷가도 둔치라 할 수 있다. 반면 강턱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강에 한정돼 있는 말이다. 고수부지 또한 강, 시내를 이르는 하천 언저리의 터를 말하는 것이므로 고수부지의 대체어로 강턱이 더 맞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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