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아이디어를 엮어내는 방법

입력 2020-06-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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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벤처의 시작은 아이디어이다. 기존에 없던 접근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고,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나가는 것도 아이디어이고, 시대가 변하며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에 새로운 솔류션을 제시하는 것도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유용하게 제시되는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면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분석해 보는 것,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답답함을 느꼈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는 것, 당장의 문제는 작아도 그 확장성을 보는 것, 그냥 넘어갔던 것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 큰 이슈를 작게 접근해 보는 것 등등이다. 특히 문제 해결의 프레임과 의미를 혁신적으로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창업가들에게 종종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은 여러 접근방법을 동시에 시도하며 엮어내는 것이다. 한가지로 접근하고 생각하기도 어려운데 여러 방법들을 접목시키고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 노력의 결과는 어려운 만큼이나 임팩트가 크다. 여러 접근법을 어떻게 엮고 성공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지, 요즘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언차티드파워(Uncharted Power)’라는 에너지 기업의 사례로 풀어보고자 한다.

언차티드파워는 제시카 매튜스(Jessica Matthews)라는 하버드대 출신 미국 흑인 여성이 창업한 회사이다. 그의 부모는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하여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이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갔는데, 결혼식 도중 전기가 나가서 디젤로 전기 충전기를 돌리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나이지리아에서 휴대폰 충전이 너무 어려웠던 경험으로 저개발국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 에너지가 잘 공급되지 않는 나라에서 마을 사람들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쓰는 방법들이 가져오는 건강적 그리고 환경적 문제를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이에 당시 대학 3학년이었던 제시카가 착안한 것이 사킷(Soccet, soccer+socket)이라는 공이었는데, 그가 듣고 있던 공대 수업 과제로 진행된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는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로, 축구공 안에 작은 발전기를 넣어 아이들이 약 30분 정도 공을 가지고 놀면 나이지리아 시골 아이들이 밤에 약 3시간 정도 책을 볼 수 있는 LED(발광 다이오드) 전등을 돌릴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를 시발점으로 그는 사람이 돌아다니고 움직임이 있는 모든 공간의 바닥과 물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확장시킨다.

제시카는 사킷의 사업화를 위해 2016년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약 750억 원을 모으게 되는데, 그때 당시 흑인 여성 창업가가 받은 가장 큰 사이즈의 펀드였다. 이 자본으로 그는 벤처의 방향을 다시 재정비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이 ‘혁신적인 에너지 생산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전의 혁신이 ‘깨끗(clean)’하고 ‘싼(cheap)’ 에너지 원천을 찾는 것이었다면, 그의 프레임은 에너지 원천이 ‘편리(convenient)’하고 ‘유동적(flexible)’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그는 전기 에너지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일정 지역에 묶여진 발전소라는 인프라가 제공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사람 또는 차가 지나가는 바닥이면 어느 곳이나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사람이 밟고 차가 달릴 때 생겨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여 지면 근처에 있는 센서나 에너지 디바이스, ICT(정보통신기술) 하드웨어에 제공하는 모델로 확장한다. 에너지를 깨끗하고 싸게 공급하려면 보통 인적이 드문 넓은 땅에 큰 투자를 하여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하였는데, 그의 모델은 인간 사회가 생산하는 모든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에코 시스템의 원천 요소가 된 것이다.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으로 이 기술을 저개발국에 중점적으로 제공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칭송받는 모델이기도 하다. 더불어 그는 백인과 아시안 남성 중심의 실리콘밸리 모델을 벗어나 뉴욕 흑인과 커뮤니티 기반의 벤처 양성에 많은 힘을 기울인다. 투자를 더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작했던 뉴욕 미드타운에서 할렘으로, 저소득 거주지 옆으로 오피스를 옮기며 지역 발전과 흑인 벤처 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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