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선전포고’ 했지만...3중 딜레마 빠진 영국

입력 2020-06-04 15:56 수정 2020-06-04 16:4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홍콩/중국/이민문제, 영국의 과거/현재/미래와 맞닿아 -300만 홍콩인에 대한 시민권 부여는 곧 대중 선전포고 -중국과의 전쟁 불사해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이 중국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의 자치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겨냥해 영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이민법 개정까지 시사했다. 홍콩과 중국, 이민 문제는 영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와 맞닿아 있다. 영국이 초강경 대응을 선포했지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홍콩은 지켜야 하는 ‘과거’=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일(현지시간) ‘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홍콩 주민 300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1997년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에게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 BNO여권을 가진 사람은 35만 명, 250만 명 가량이 신청 자격을 갖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를 위해 이민법 개정까지 시사했다.

이처럼 초강수를 두는 건 영국에게 홍콩은 지켜야 하는 과거여서다. 1984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자오쯔양 중국 총리가 서명한 ‘홍콩반환협정’은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50년 간 홍콩이 현행 차제를 유지하게 하는 ‘일국양제’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보안법이 홍콩 자치권과 시민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평가받는 한, 홍콩보안법은 곧 홍콩반환협정의 파기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존슨 총리 입장에서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을 훼손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존슨 총리도 “영국과 중국은 공동 선언을 통해 일국양제를 지지하기로 했다”며 홍콩보안법은 양국의 공동선언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우리의 국제·도덕적 책임을 방해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현재’와의 모순=영국 안팎의 여론은 일단 우호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까지 불사했던 근본적 배경에 바로 이민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영국의 조기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32년 만에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며 대승을 거뒀다. 브렉시트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존슨 총리의 손을 시민들이 들어준 것이다. 이에 영국은 지난 1월 50여년 만에 EU에서 탈퇴했는데,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한 주된 동기는 급증하는 이민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감행하면서 EU의 이민자 친화 정책에 반대했음을 감안하면 이번 시민권 부여 추진은 놀라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30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30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이민자를 마냥 반길 수는 없다.

◇중국, ‘미래’ 위협이자 공생관계=EU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경제 협력을 모색해 왔다. 특히 중국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관계 강화를 도모했다. 홍콩인에 대한 시민권 부여로 이런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의 고민도 깊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홍콩보안법 제정은 중국 내정”이라면서 “영국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홍콩 반환 이후 중국 정부는 중·영 공동선언이 아니라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을 통치했다”며 “1997년 중국이 홍콩 주권을 회복한 이후 영국의 관련 권리와 의무는 종료됐다”고 반발했다.

결국 영국은 과거를 버릴 수도, 현재를 외면할 수도, 미래를 돌보지 않을 수도 없는 3중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서울 시내버스 ‘극적 타결’…퇴근길 정상 운행
  •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 임종윤·종훈 완승
  • 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 비트코인, ‘매크로 이슈’로 하락…“5월 중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1,437,000
    • +1.49%
    • 이더리움
    • 5,126,000
    • +0.91%
    • 비트코인 캐시
    • 811,000
    • +5.12%
    • 리플
    • 886
    • +0.34%
    • 솔라나
    • 268,100
    • +1.32%
    • 에이다
    • 933
    • +1.3%
    • 이오스
    • 1,523
    • -0.78%
    • 트론
    • 172
    • +0%
    • 스텔라루멘
    • 196
    • +1.55%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2,700
    • +0.23%
    • 체인링크
    • 27,550
    • -0.97%
    • 샌드박스
    • 985
    • -0.7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