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코로나19로 드러난 선진국의 ‘민낯’

입력 2020-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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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미국과 유럽 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신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라는 미스터리한 전염병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한국이 연초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선진국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기에만 바빴다. 그러나 막상 자국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그토록 자신했던 선진국의 역량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비웃던 한국만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나타난 선진국의 부끄러운 민낯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지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민의 의식 수준이다. 이들은 감염을 멈추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합리적인 방안을 실시하기보다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 서구권 곳곳에서 중국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며 한국인과 필리핀인 등 다른 아시아인을 상대로도 폭행과 욕설을 일삼는 혐오범죄가 잇따랐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처럼 전염병의 원인을 무고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사람들이 5G 이동통신망을 통해 코로나19가 퍼진다며 기지국을 방화하는 사건마저 일어났다. 휴지 펄프가 마스크 원료라는 근거 없는 주장에 일본과 미국 등에서 ‘휴지 사재기’가 일어난 것도 선진국 시민의 수준 낮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두 번째는 선진국 정부의 시스템적인 사고 부재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부터 심각성을 포착하고 이를 경고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신호를 무시한 결과 작금의 사태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이들 정부는 사태 초기 그다지 효과가 없는 입국 금지에만 매달리고 대량의 검사와 동선 추적 등을 통한 감염 확산 억제, 마스크 착용과 같은 교과서적인 대책을 꺼리다가 결국 막대한 역풍을 맞게 됐다. 아무 조치 없이 집단면역 형성을 기다린다는 의학적으로 황당한 방침을 발표했다가 황급히 입장을 바꾼 영국과 스웨덴 정부도 선진국의 허상을 일깨웠다.

세 번째는 세계화 부작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바로 그동안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만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했던 세계화 부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선진국의 민낯을 고소하게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교훈과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선진국의 허상은 이번 사태가 끝난 이후 세계 경제와 질서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욱 심해져 우리나라 외교부가 교민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낀 서구권이 보호무역주의에 더욱 집착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는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기회도 있다. 한국은 한때 코로나19 위기가 가장 심각한 국가였지만 지금은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배워야 할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를 활용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도 코로나19 2차 감염 폭발이 우려되는 등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먼저 우리 앞에 놓인 이번 위기를 잘 해결해 향후 세워질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헤쳐 나갈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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