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일본 방역 성공에 세계 어리둥절...이제 운발 다했나?”

입력 2020-03-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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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치고 나서 총리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마치고 나서 총리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 방역 성공은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제 운발이 다했나?”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이런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무풍지대처럼 여겨졌던 일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을 분석했다.

기사를 공동으로 작성한 NYT 도쿄 지국의 모토코 리치 지국장과 우에노 히사코 기자는 1월 중순 일본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후 보건 당국자들이 빠르게 대응해 바이러스를 통제했다며 대중을 안심시킨 한편, 전문가들은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미국처럼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나라처럼 철저한 이동제한과 봉쇄, 심지어 광범위한 코로나19 검사조차 하지 않고 팬데믹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6일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의 경고와 함께 그 퍼즐이 드러나고 있다고 NYT는 강조했다. 이날 가토 후생상은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설명, “확산 우려가 높다”고 보고했다.

기자들은 이런 발언이 24일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0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합의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는 그 이튿날인 25일 밤 긴급 기자회견에서 1억4000만 명이 사는 도쿄에서 “감염이 폭발하기 전 중대 국면에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26일 시점에 도쿄 도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47명 늘어 총 257명이 됐다. 하루 도내에서의 신규 감염자 수는 4일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이케 지사는 되도록 집에서 일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며, 주말 내내 집에 머물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며 모두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5일(현지시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5일(현지시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쿄/EPA연합뉴스

고이케 지사의 이런 긴급 요청에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진자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그동안 일본 대중은 정부가 모든 학교에 대해 휴교령을 내리고 대형 스포츠 및 문화 행사 취소 및 연기 요청을 했어도 그런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에 안도하며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공원에 모여 벚꽃놀이를 하며, 쇼핑을 하는 등 평소처럼 지냈다.

전 세계 감염자 수가 50만 명을 넘고 사망자 수는 2만 명을 돌파했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가깝고 고령 인구가 많은데도 일본은 1억3000만 인구 중 감염자 수가 겨우 1300명, 사망자 수는 45건에 그쳤다.

팬데믹 대응 및 세계보건보안을 위한 미국 워싱턴대 메타센터의 피터 래비노위츠 교수는 이에 대해 “그들(일본)이 뭔가 올바른 일을 했거나,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뭐가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 현상을 보였을 때 일본의 대응은 다른 나라와 대조를 보였다. 중국처럼 도시를 폐쇄하지도 않았고,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처럼 최신 검진 기술을 도입하지도 않았다. 또 한국 같은 전수조사나 격리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국이 36만5000명에 가까운 검사를 할 동안 일본은 겨우 2만5000명을 검사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하루 검사 능력이 7500건이라고 했지만 하루 평균 검사 건수는 1200~1300건에 불과했다.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이 22일 벚꽃을 감상하러 나온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이 22일 벚꽃을 감상하러 나온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도모야 사이토 건강위기관리연구부장은 “일본의 제한된 검사는 의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고열과 다른 증상이 2∼4일 지속돼야 의사 진단을 거쳐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공무원들이 경증 환자 때문에 역량을 낭비하길 원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들이 손을 자주 씻고, 악수 대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마스크를 잘 쓰는 습관이 있다며 이는 사회적 격리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프리 셔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일본의 접근법은 도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오사카의 링쿠종합의료센터의 야마토 마사야 박사는 “아베 총리가 도쿄 봉쇄를 선언하는 게 낫다”며 “경제적 영향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도쿄는 2~3주 봉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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