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2년..…세계 상거래도 격변

입력 2020-02-10 15:27 수정 2020-02-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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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전쟁통 속 일부 국가 대미·중 수출 늘면서 수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차 중국국제수입박람회(China International Import Expo)’에 중국과 미국 국기가 나란히 꽂혀있다. 상하이/AF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차 중국국제수입박람회(China International Import Expo)’에 중국과 미국 국기가 나란히 꽂혀있다. 상하이/AFP연합뉴스.
글로벌 무역 성장에 급제동을 걸었던 2년간의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상거래 시장에도 격변을 가져왔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1%로, 전년도 증가율(4%)을 한참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보면, 이는 지난 40년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리세션(경기침체) 때를 제외하고는 최악의 수치다.

애널리스트들은 무역 성장이 둔화된 가장 큰 이유를 미·중 무역분쟁에서 찾았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구매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로, 각각 연간 2조 달러 이상의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분쟁 발발로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농산물, 항공기, 기계류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미국으로의 전자기기, 공산품 수출이 줄었다.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을 통해서도 이 감소분을 채울 수 없는 경우도 생겨났다.

공업 분야에서의 생산 및 수요를 나타내는 많은 지표가 하락했다. 세르지 라나우 국제금융협회(IIF)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글로벌 성장 및 투자 규모는 더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레이드데이터모니터(TDM)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수입은 590억 달러, 미국의 수입은 420억 달러 감소했다. WSJ은 “여타 국가들이 무역을 대신하지 않았더라면 미·중의 수입 감소 폭은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15개국 중 11개국에서의 수입이 증가했다. 수입이 감소한 국가는 단 4개국뿐이다. 중국은 7개국에서 수입이 증가했지만, 8개국에서는 감소했다.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의 교역이 급증했다. 수년 전부터 베트남의 대미 의류 무역은 계속 증가세를 이어오기는 했으나,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베트남산 수입이 급증했다. 휴대전화 수입액이 60억 달러, 가구·통신기기·컴퓨터 칩 수입이 모두 20억 달러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외형상의 증가 폭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수치 가운데 중국산의 우회 수출 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회사 컨트롤리스크스의 데인 차모로 파트너는 “미국의 관세 회피를 위한 우회 수출과정에서 달라지는 것은 상자에 부착된 라벨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베트남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지역에서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

중남미 2대 경제 국가인 브라질과 멕시코가 미·중 무역분쟁에서 입은 수혜는 한정적이다. 브라질 농가는 중국이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한 이후 콩 수요가 증대됐다. 미국의 농업이 침체에 빠졌을 때, 브라질 대중 유채씨 수출은 2018년에만 무려 80억 달러가 증가했다. 작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으로 동물 사료로 사용되는 콩깻묵의 수요가 줄었음에도 중국에서의 수입액이 20억 달러 늘어났다. 멕시코의 경우에는 미국에서의 수입이 확대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대미 수출도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50억 달러 이상, 아일랜드가 40억 달러, 벨기에가 30억 달러, 이탈리아가 20억 달러가량 늘어났다. 프랑스에서는 항공기 제품이, 아일랜 드와 벨기에는 의약품, 네덜란드는 석유와 산업기계 분야에서 대미 수출이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대미, 대중 수출이 모두 감소한 일본조차도 사실은 무역분쟁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수출 총액은 전년 대비 5.6% 줄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7.6%, 미국으로의 수출이 1.4%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최근 바닥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이 미국 이외 다른 국가들의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고 있는 점을 들어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을 비롯한 중국에서 렉서스 판매 대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25% 늘어났고, 중국 전역에서 도요타의 작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9% 증가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휴전에 돌입한 올해 상황은 어떨까. IMF는 2020년 세계 무역이 약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의 전망치는 미국과 주요 무역상대국의 휴전상태가 지속되고, 브라질·멕시코·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의 경기가 회복될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발했다. 전 세계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 바이러스는 적어도 일부 공급망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미국이 아직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세계 무역 환경이 개선되리라는 기대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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