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산업계 세밑풍경②] 내전에 휩싸인 전자·배터리

입력 2019-12-29 11:00 수정 2019-12-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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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 '8K TV' 기술 신경전…LG화학ㆍSK이노 2차전지 영업비밀 갈등

“삼성, 선명도 50% 미달 8K TV 기준 충족 못 해.”, “화질 인증하는 곳 없어 LG 주장, 신경 안 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8K TV 화질’을 놓고 올 하반기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올해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에서 LG전자가 전시장에 삼성전자의 QLED 8K TV와 화질을 비교 시연하면서부터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화질 선명도(CM) 평가에서 LG 나노셀과 OLED TV는 모두 기준치인 50%를 넘는 약 90%에 이르지만, QLED TV는 12%에 그친다며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 운영센터장(부사장)은 “(삼성 TV는)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라며 불을 붙였다.

이어 LG전자는 삼성 QELD TV를 공격하는 광고를 내보냈으며, 별도의 간담회를 통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삼성전자도 간담회을 열어 “8K TV의 화질은 CM 값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대방의 TV 광고를 제소하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LG전자는 9월 말 QLED TV는 자발광이 아니라는 이유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고, 삼성전자는 10월에 LG전자의 TV 광고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공정위에 맞제소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차전지 관련 기술과 인력을 빼갔다는 이유다.

최근에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조기패소해야 한다는 요청을 한 가운데 양측이 2차 의견서를 주고받으며 공방이 더 가열되고 있다. 양사는 또 전지사업 관련 특허로 서로에 대한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도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7월 SK텔레콤과 KT가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고 방통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간의 싸움을 바라보는 업계는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국내 1, 2위 선두기업들이 싸움을 벌이는 사이에 다른 국가 경쟁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을 놓고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양측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와 TV사업에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과 일본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이 가열되면서 중국 업체로 인력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가 내놓은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지난해 4점으로 63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해외로 나간 인재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미국(6.83), 독일(6.57), 홍콩(6.35), 일본(5.2)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진출과 고속성장으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의 우수 인재가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기술 침해와 인재 유출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혼란 중에 경쟁력 높은 한국 인재 유출이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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