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양성 협업 문화와 여성 인재 '파이프라인'

입력 2019-11-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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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들어 기업과 사회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 간의 이슈들이 생산적이지 못한 이념 논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자주 목격한다. 아마도 장기화하는 불경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L자 저성장이 경제의 기조로 정착되자 모든 정책적 논란이 지금 가진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지에 대한 제로섬의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이슈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군대 문제 등으로 불리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역차별에 대한 생각도 남녀 간 제로섬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엔트리 레벨에서 군대 등 남성들이 지게 되는 불이익도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이와 함께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유리천장은 다른 문제이다. 유리천장 문제는 아무리 많은 여성 인재가 영입되도 이들이 정년퇴임할 때까지 남성과 같이 회사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기업의 장기적 재무성과에 주름을 만드는 것이다.

이화여대와 한 언론사가 2019년 국내 인터브랜드 50위권의 기업들을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에서 가정 친화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여부가 유리천장을 깨는 것과 관련된 어떤 긍정적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유일하게 유리천장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 온 변수는 남성과 여성이 같이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협업 문화'가 존재하는 지였다. 회사에서는 남성이던 여성이던 성과에 기여한 실적이 부족한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 간 협업을 통한 실질적 성과창출의 가능성이 현실적 실용주의자인 기업이 가진 우려를 해소해주는 혁신적 파이프라인이었다.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회사에서는 여성들이 먼저 남성에게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남성들이 능력이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 파트너로 초대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돼 있었다. 이런 기업의 포커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제로섬 논쟁이 아니라 회사가 창출해야 하는 '플러스 섬' 가치였다.

결국 핵심은 성과를 통해서 임원급으로 성장 시킬 수 있는 여성 인재들의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는가 이다.

선진국에서도 여성 임원비율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는 여성 인재에 대한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는 경우에만 성공했다. 임원으로 승진시킬 수 있는 여성 인재들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회사들의 경우 할당제는 유리천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할당제가 마중물로 제시되도 파이프라인에 물이 차있지 못한다면 유리천장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다.

여성 인재에 대한 파이프라인이 없는 경우 여성 임원 할당제는 회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할당제의 실패는 회사의 가치창출에 대한 비전을 잃게 하고, 모든 문제를 남성과 여성 간의 제로 섬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간다.

기업은 양성 협업 문화가 어떻게 자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나서서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가치창출을 위해 여성 인재의 파이프라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면 할당제가 없어도 여성 임원들이 배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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