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미워도 다시 한번

입력 2019-10-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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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2008년 ‘키코(KIKO)’와 2015년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그리고 2019년 ‘DLS-DLF’사태까지.

참 나쁜 놈이다, 파생상품이란 놈. KIKO의 경우 기업 732곳이 3조30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하고 이번 DLS-DLF 사태 때는 1억 원을 투자했다가 200만 원도 못 건진 투자자도 있다니 고운 말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파생상품이 그렇게 나쁘기만 할까. 파생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복잡한 투자상품 정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련의 사건들로 ‘파생상품 = 투기상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존재한다. 물론 파생상품은 태생적으로 투기적 요소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실제 국내에서 발생한 파생상품 관련 사건들 대부분은 판매사의 영업 행태, 상품 구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경우가 대다수로 파생상품이 투기의 수단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 DLS-DLF 사태만 하더라도 금감원은 DLS-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파생상품에 또 한번 입은 오명은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로 남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파생상품이 단순히 투자수단으로서만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기업 등 실물경제에 리스크관리 수단과 현물시장과의 연계를 통해 혁신성장과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또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부가 최근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파생상품의 이 같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파생상품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일각에서는 파생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빈대가 무섭다고 초가 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파생상품의 유용성까지 폄훼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 그 사이 투자자들이 치른 대가는 너무 크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소비자보호에 소홀했던 금융사들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며 금융당국 역시 판매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격한 규정 마련을 통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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