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소액신용대출 '藥일까 毒일까'

입력 2008-06-24 08:16 수정 2008-06-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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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저신용자 구제" VS "대출 폭리 면죄부"

최근 은행권이 자회사의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팔기 시작한 가운데,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룹계열사나 자회사의 소액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은행의 소액신용대출 판매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그 동안 여론을 의식해 '눈치보기'로 일관했던 은행권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하지만, 은행권에 고금리 대출 영업을 용인하는데 따른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제2금융권이 '서민금융'을 표방했지만 결국 고리대부업으로 전략해 버린 전철을 거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銀 "저신용자 금리인하 효과"

소액신용대출 판매에 시중은행중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4일 부터 우리파이낸셜의 '우리모두론'을 판매에 들어갔으며 향후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더욱 세분화해 다양한 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6월말 인터넷 대출상품 출시를 목표로 구체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도 내부적인 검토를 마치고 적절한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 많았던 은행의 소액신용대출 판매를 두고 은행계 캐피탈사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그 동안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했던 저신용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파이낸셜 전략기획팀 김세민 팀장은 "우리모두론을 통해 평균 20%대의 대출금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현재 35% 수준인 캐피탈업계의 대출금리가 10% 가까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명시된 최고금리가 비은행계 캐피탈사들 보다 낮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는 시장 진입 초기단계라 여러가지 리스크를 가만해 최고금리를 낮게 책정하지는 못 했다"면서 "조만간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준비해 20%대의 대출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해명했다.

◆금리인하 효과 의문..."고양이에게 생선을"

하지만,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중자금을 받은 은행이 서민들을 상대로 고리영업을 한다는 비판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계 자회사인 하나캐피탈과 씨티파이낸셜은 서민금융 시장에 진출, 현재 폭 은 영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최고금리가 취급수수료를 포함해 무려 연 40%에 달한다.

이는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금리인 연 49%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대부업체의 대출금리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SC스탠다드 상호저축은행과 우리파이낸셜은 최저 금리만 표기하고 최고금리는 아예 알리지 않고 있다.

대출 경험이 있는 한 고객은 "TV광고를 보고 대출신청을 했다가 크게 실망을 했다"며 "광고에 '최저 연 7%부터'라고 표기돼 알아봤지만 연 40% 이상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엉뚱한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이재선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최저금리를 미끼삼아 고객을 유인한 후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최저금리의 6~7배가 높은 40% 전후의 고금리로 대출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바람직한 서민금융시장 조성을 위해 지나치게 고금리를 받는 은행의 대출금리를 대폭 낮추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금리가 적당한지는 업체별로 다를 수 있으나, 공공성을 추구하는 은행의 취지를 살리려면 현행 이자제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 30% 이하의 금리로 서민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영수 기자 cys@e-today.co.kr, 이광호 기자 lkhhtl@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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