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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결정짓는 5대 키워드] 1. 풍부한 유동성 2. 공급 부족 3. 내집마련 불안감 4. 투자심리 5. 부동산 정책

입력 2018-10-04 09:11

전문가 10명 중 5명 “연말까지 더 오른다”… “내년 4분기까지” 전망도

‘우왕좌왕(右往左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종잡지 못한다는 의미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 교수들이 뽑은 그해 사자성어다. 15년이 흐른 현재, 이 성어는 부동산 정책과 시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연상케 했다. 연초에 시장이 들끓더니 정부 규제로 잠잠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 강도가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는지 다시 끓어올랐다. 아파트 몸값은 하룻밤 사이에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뛰었다. 시장에 불을 지피는 ‘부싯돌’은 과연 무엇일까. 부싯돌에 땔감이 돼 몸값을 올린 지역은 어딜까.

이투데이는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준 키워드’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집값이 언제까지 오를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집값 상승 열쇠 쥔 변수는

유동성·공급 부족·불안 심리·투자 심리·정책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10명 모두는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원인’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꼽았다. 시중에 떠도는 1100조 원대의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어 ‘공급 부족(9명)’, ‘실수요자 불안 심리(8명)’, ‘부동산 정책(7명)’, ‘투자 심리(6명)’ 순으로 집값 상승 원인을 지목했다.

유동성 유입으로 집값이 오른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강남을 꼽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강남은 대기수요가 두텁고, 수익 및 안정성이 우수하다”며 강남이 유동성 영향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다주택 규제, 지방 시장 침체로 서울, 특히 강남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역이 유동성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전문가도 있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서울 전 지역 부동산으로 자금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른 지역으로도 대부분 강남을 지목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4구는 교육 등 도시 기반 인프라 구축과 공급의 한계로 인한 희소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강남을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지역으로 꼽으며 “장소의 희소성과 공급 부족, 직주근접 및 편의시설, 문화시설, 교육, 교통 여건을 구비해 강남의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 불안 심리’가 반영된 지역으로는 서울 전역, 수도권이 꼽혔다. 지난해 서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48.3%로 집계됐다. 집을 보유한 가구가 10가구 가운데 5가구가 채 안 된다는 의미다. 서울 집값 폭등 현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권대중 교수는 “가격이 상승하자 불안심리가 팽배했고, 이는 결국 투자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다”고 풀이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 외곽지역에서 4억 원 이하 소형 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갭메우기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특정 지역 구분 없이 서울 전역이 영향을 받았다는 답변이 상당수였다. 함영진 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강한 수요억제책으로 매물 잠김 및 똘똘한 한 채 유발로 집값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양지영 소장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서울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물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는 등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투자 심리’ 역시 서울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답변도 나왔다. 권대중 교수는 “가격이 상승하자 매매 차익과 미래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투자 심리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위원은 “갭투자, 원정투자 등까지 겹쳐 투자 과열로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상승세 언제까지 갈까

전문가 10명 가운데 5명은 집값이 올해 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4분기까지 오를 것이란 응답부터 예상할 수 없다는 답변까지 가격 상승 향방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다.

올해 집값은 우상향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감정원에서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월간 기준)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107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0~200으로 산출되며 100을 웃돌면 수요가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2·3월에 줄곧 100을 웃돌던 지수는 4~7월에 9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105.4로 뛰며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다시 분출했다.

수요 심리를 방증하듯 서울 아파트(월간 기준)의 매매가격지수는 계속 상승했다. 올해 1월 102.2로 시작해 지난달 106.5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 강북 지역은 같은 기간 101에서 105.1로, 강남 지역은 103.2에서 107.7로 각각 올랐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단기에 공급 부족 해소는 어려워 오름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가격 상승 피로감으로 내년 이후 기술적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경기 약세 및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기대감이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만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영 소장 역시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부담감에 따른 피로감과 앞으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될 것”이라며 “앞으로 금리인상과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년 1분기로 전망한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고 예상했다. 김덕례 실장은 “서울의 평균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많아서 향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지역은 정부 대책 등 추가 종합대책을 앞두고 있으나 계절적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 도래와 함께 수요에 비해 공급 방법론이 다양하지 않아 급격한 가격 조정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교수는 9·13 대책에 반영된 종부세 인상이 내년 12월에 부과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말까지 집값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부과) 이전에는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가 강화된 종부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폭이지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내년 12월 실제 종부세가 부과되면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부동산 시장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니신도시 역시 무주택들에게는 공급이 늘어난다는 시그널로 작용해 주택 시장의 불안감 해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시장은 일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집값 상승 기조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 수요 집중, 개발 요인으로 우상향 지수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위원은 “일종의 쇼크 요법인 9·13 대책으로 일시 조용하겠으나 장기적으로 다주택자 매물 잠김효과로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말까지 ‘금리’ ‘공급’이 키워드

전문가들은 올해 이후 집값 추이를 결정할 변수로 크게 금리와 공급 계획을 꼽았다. 특히, 10명 중의 7명의 전문가가 올 연말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꼽을 만큼 시장의 중요한 방향타가 바로 금리다.

9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며 사실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줄 것을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8번에 걸친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자 여권이 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까지 감수하며 꺼내든 카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부동산 가격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지만,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대내외적인 상황이 안팎으로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연방준비제도는 9월 27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상된 미 기준금리는 종전 1.75~2.0%에서 0.25%p 인상된 2.00~2.25%다. 이로써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과의 정책금리 차이가 0.75%p까지 벌어지게 됐다. 여기에 연준은 연내 한 차례 더 추가적인 미국 금리인상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에는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 역시 높게 점쳐지는 금리인상 가능성에 기반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이 예고한 대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에 1%p에 달하는 한미 간 금리 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만약 유동성 자금이 계속 부동산 시장에 머물게 된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금리인상 시에는 유동성 자금 일부가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금리인상이 현재 과도하게 상승해 있는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시점과 맞물리게 되면 가격 하방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고준석 센터장과 김규정 연구위원 등도 금리인상 후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며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데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한편, 또 하나의 집값 주요 변수는 정부의 공급 대책이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9·21 공급대책에서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택지 확보를 통해 약 26만5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1차 발표에서 정부는 서울에 송파구 성동구치소, 강남구 재건마을 등 11곳 1만 호, 경기 광명·의왕·성남·시흥·의정부 등 5곳 1만7160호, 인천 검암역세권 1곳 7800호 등 총 3만5000호의 신규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안에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10만 호의 공공택지 추가 선정도 예고돼 있다. 다만 심교언 교수는 “현재도 경기권에는 미분양 물량도 있는데 추가 공급이 발표된 데다, 발표된 공급대책이 추진되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단기적인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에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근본적 해법은 결국 공급

주택 시장 과열을 막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신규 공급을 늘리거나 시장에서 매물이 흘러나오게 하라는 주문이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 중 하나는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3명)이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양도세 재검토를 통해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를 제공해주면 매물 출시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더라도 팔아서 거액의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바꾸자는 것이다.

현재 양도세는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기본세율에 차이가 나며 양도차익이 5억 원 초과할 경우 최고 세율 42%를 떼야 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를 팔 경우 기본세율에 10%포인트 중과되며 3주택자는 20%포인트가 중과된다. 즉, 3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양도차익이 5억 원을 넘길 경우 3억1000만 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때문에 시세 차익이 크더라도 억대인 세금 부담에 매물을 내놓는 걸 꺼리는 심리가 나타났다. 이는 매물 품귀로 이어져 집값이 또 오르고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이달 첫째 주 171.6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의 ‘매도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게 된 배경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야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퇴로를 터줘야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개선되고 집값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금 조정을 통해 시장의 매물이 자연스럽게 출시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 못지않게 정부가 신규 공급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3명)도 이어졌다.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계획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토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공급여건은 안정적이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 원인을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에 돌리며 수요 억제책에 치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시장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결국 수요억제책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수요가 넘치는 서울 도심 내 신규 공급이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3명)이 이어진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의 미니 신도시개발 발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 결국은 서울 도심지 내 주택공급 방법을 찾을 것이다”며 “이는 도시재생사업과 정비사업 즉, 재개발과 재건축사업뿐이므로 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및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관해선 엇갈리는 평가(2명)도 나왔다. 고준석 센터장은 “가계 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에 제동 걸 필요가 있을 때 대출 규제는 적절하다”는 평가를 했지만,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금융 규제는 가구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은 범주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과도한 규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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