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기뻐하고 수용하고 화합하라

입력 2018-09-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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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여류(歲月如流)라 했다. 지루한 순간도 있었을 것이나 세월은 물처럼 빠르게 흘렀다. 벌써 추석도 뒷모습으로 바뀌고 온몸이 뻐근하게 일한 사람들은 여러 모습으로 쉬고 있을 것. 대명절 추석에는 여러 문자에서 비슷한 인사를 받았다. 한가위, 연휴, 풍성한, 흥겨운, 넉넉한, 근심걱정 없는, 복 부르는 보름달 등이 인사말에 담겼다. 이른바 중추가절(仲秋佳節)이었다. 더러는 한가위 보름달 아래 좋은 시를 쓰라는 당부도 있었다. 모두 넉넉한 기쁨 속에 안녕을 바라는 축원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하면 추석보다 좋은 명절은 없다. 추수한 음식으로 가족끼리 밥을 먹는 그 자체가 사실 가장 큰 축복이기 때문이다. 계절 또한 추석을 넘는 명절이 없다. 그래서 추석에는 보름달과 장구와 송편과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 그림이 많다. 그 얼굴들 모두 웃는 모습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명절 후에 이혼소송이 더 많아진다는 후문도 있지 않은가. 가족들이 모여 함께 있는 그 시간은, 그림은 평화롭고 사랑스럽지만 내면은 꼬이는 일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마음은 사진에 찍히지 않으니까, 그림과 다른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음 상하는 일은 언제나 사람끼리의 감정 격돌로 발생한다.

남들 앞에서 아내 타박을 하거나, “취직 언제 하느냐?” “아이는 언제 낳냐?” 등 아랫사람에게 듣기 불편한 질문을 하거나, 며느리들을 비교하는 일은 자칫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일찌감치 벽을 쳐 놓지만 감정이라는 녀석은 잘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에 아버지는 어머니께 칭찬 한마디를 하지 않으셨다. 종가(宗家) 큰며느리로 평생 고생하셨는데도 “고생했다”라는 말 한마디를 안 했다. “뭘 좀 제대로 해!” 하고 음성 높여 화를 내시는 모습에 우리는 길들여 있었다. 어느 추석날 몸 아픈 어머니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상태로 차린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는데 아버지가 “니 어미 음식이 오늘 내 건강을 키웠다”라고 한마디 던졌다. 우리는 숟가락질을 딱 멈추었고 어머니는 갑자기 엉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랑한다고 한 것도, 니 어미 없이 못 산다고 한 것도 아닌데 식구들은 한동안 멍하니 정지 상태로 있었고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날은 우리 집 분위기가 좋았다. 밥은 참 맛있었고 누가 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흥이 맴돌았다. 그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어둡고 썰렁한 일들이 잦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날 아버지의 말 한마디를 아버지의 모든 마음으로 이해했고 아버지의 진심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억울하고 섭섭해도 그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견디셨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왔다. 하늘만 봐도 화가 풀릴 듯 아름답고 맑다. “낙화무언 인담여국(落花無言 人淡如菊)”이라, 가을 풍경이 그윽하고 맑으니 마음도 깨끗하고 고요해질 일이다. 마음속 화와 근심을 저 가을 하늘에 날려 버리고 이번 가을은 그야말로 소확행(小確幸)으로 스스로 기뻐하며 살기를 기대해 본다.

추공제해(秋空霽海)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가을 하늘과 비 갠 바다같이 온유하고 평화로우면 좋겠다. 통일의 얼음도 풀리는 듯하고 세계는 잡음 속에서 좋은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왜? 가을이니까. 나는 기구(祈求)한다. 부귀옥당(富貴玉堂)하시라고. 모든 집안의 막힘도 그러하면 좋을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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