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강협회의 존재 이유

입력 2018-04-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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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 산업1부 기자

미국발(發)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제를 적용한다고 했을 때 국내 철강업체들은 일제히 정부에 박수를 보냈다.

“25% 관세를 부과받는 것보다는 쿼터 설정이 나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강관에 뱁새눈을 뜰 때부터 계산기를 두드렸던 국내 강관업체들도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강관업체들의 표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다. 쿼터로 인해 줄어든 수출 물량이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강관 할당량을 여러 업체가 배분해야 하는 까닭에 강관업체들은 ‘관세가 쿼터보다 낫다’는 당초 계산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더 큰 혼란은 ‘철강 면세 대신 쿼터’가 결정된 지 약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쿼터 배분 방식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쿼터 배분의 룰을 정하고 이를 조율해야 할 중재자가 없다 보니 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철강협회가 ‘룰 메이커’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쿼터 적용으로 강관업체들의 피해가 뻔하다면 정부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지원을 호소하는 게 협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협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부회장의 부재만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쿼터를 나누기 위해서는 강관업체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부와 협회가 팔짱만 낀 상태에서 ‘양보’만 논하는 것은 기업에 가혹한 처사다.

미국 철강 관세 면제 과정에서 펼친 ‘노고(勞苦)’가 희석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협회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자랑스럽게 발표한 ‘면세 대신 쿼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강관업체에 피해가 최소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주먹구구식 협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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