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리포트] 경영계 “고액연봉자 임금까지 늘리는 최저임금제, 반드시 개선해야”

입력 2018-03-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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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 간 밤샘 논의까지 벌였으나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작업은 고용노동부가 국회·노사 단체와 협의해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대해 경총은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하며 경영계의 입장을 담은 공식 성명을 내놨다.

경총은 “협소한 산입 범위, 단일 최저임금 적용 등 비합리적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려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됐다”며 “지나치게 협소한 산입 범위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임근로자의 임금까지 상승시키는 현실은 공정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 해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업종별, 지역별로 근무 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의 지불 능력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업종, 모든 지역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러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반대로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은 비합리적 제도로 인한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경영계의 공식입장을 들여다본다.

◇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선해야= 우리나라는 기본급 +일부 고정수당만을 최저임금 준수의 판단 기준인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는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산입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어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게 경영계의 설명이다.

최근 우리 노동시장은 정년 60세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반면, 최저 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 범위는 30여 년간의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1986년 법 제정 시 규정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준수의 판단 기준인 산입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 기업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연봉 4000만 원이 넘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또 협소한 산입 범위는 내외국인 근로자 간 역차별 문제를 초래함은 물론,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먼저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내·외국인 근로자 간 인건비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상당한 규모의 숙식 관련 수당 및 현물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그 성격상 임금(혹은 금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아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커진다.

반면, 상당수 주요 선진국은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팁까지 산입하는 국가도 있다. 영국은 인센티브와 숙식비를, 프랑스는 개인의 성과 관련 수당이나 현물 급여까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는 등 주요 선진국이 산입 범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상여금을 제외하고 있는 미국 등은 상여금이 변동 상여금의 개념이다.

이에 경영계는 지급 주기나 산정 주기와 상관없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제수당 및 금품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기상여금과 현물급여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전에 지급 시기, 금액 등이 확정된 실소득으로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또 영세·중소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한 경우 그 가액을 적절히 평가해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최저임금 업종 및 지역별로 구분 적용해야= 대부분의 OECD 국가가 하나 이상의 법정 최저임금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일본·호주·네덜란드 등은 산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OECD 국가의 절반이 청소년층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OECD는 ‘그룹별 생산성이나 지역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최저임금을 그룹별로 차등해 정할 것’을 핵심 정책 원칙으로 제시했다. 또 OECD는 합리적인 최저임금이라면 △지역별로 상이한 경제상황이 고려돼야 하고 △연령이 낮고,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보다 낮고 다양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일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관행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경제 취약 부분의 현실을 제도적으로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3개월 이내 수습근로자에게만 10% 감액 적용할 뿐 별다른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없다. 따라서 경제 여건이나 생산성 격차가 현저한 업종이나 지역을 그룹 지어 구분해 적용하거나,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청소년층과 고령층에게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도입 초기인 1988년에는 제조업의 28개 소분류 업종을 두 그룹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설정한 바 있다.

지역별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물가 수준 등의 차이로 생계비가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근로 강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최저임금제는 지역별 생계비, 근로 강도, 인력 수급구조 등 시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지역 간 임금 격차는 최대 30%에 달한다.

경총은 “전국의 모든 기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지방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킴은 물론 국토의 균형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사업 종류별로만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을 개정, 지역별 최저임금제의 근거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층은 핵심 근로 인구(25~54세)보다 생산성이 저조해 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적용해야 취업이 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연령층에 동일한 액수를 적용하고 있어 일하고 싶은 고령자에게 노동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정 정년이 60세임을 감안할 때 최소한 60세 이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최저임금 준수 처벌 규정 필요하지만… 신중한 검토 필요= 경영계는 최저임금은 헌법에 근거를 둔 모든 사용자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강행 규정이므로 의무 이행을 담보할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최저임금 미준수에 따른 처벌 규정은 근로기준법상 임금 미지급 시 처벌 수준과 동일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현 최저임금 위반 처벌 규정이 약해서가 아니라, 기업 지불능력을 외면한 채 과도하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영세·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01~2017년 연평균 8.6%의 고율 인상이 지속돼 동기간 명목임금상승률(4.9%)의 1.8배, 물가상승률(2.6%)의 3.3배나 웃돌았다. 이로 인해 2016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3.6%(266만4000명)로, 2001년 4.3%(57만7000명)의 3.2배에 달했다. 특히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대부분이 300인 미만 기업에 분포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등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인상됐음을 의미한다고 경영계는 말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위반 기업에 과도하게 추가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준수율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따라갈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 과도하게 추가적 제재를 부과할 경우 심각한 경영 부담과 일자리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은 최저임금 위반 일자리 자체를 줄여 준수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경총은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방안은 일자리 축소 없이 최저임금 미만 일자리를 최저임금 준수 일자리가 되도록 유인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 축소 등 부작용이 더 커=경영계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될 경우 일정 부분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보다 고용 축소 등 다른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 소득분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시 소득 분배 개선 효과가 미미하거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협소한 산입 범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일부 대기업 고임근로자와 영세·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격차를 심화시켜 소득분배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OECD도 2015년 “높은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금 및 고용의 이동성으로 인해 최저임금의 소득분배 효과는 감소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상당수 학자들은 탈빈곤 정책으로 최저임금제는 거의 효과가 없거나 비효율적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상당수가 빈곤 상태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빈곤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제를 활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외벌이로 인한 근로 빈곤 가구의 문제는 근로 능력이 있는 가구원의 경제활동 참여로 풀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들에 대한 지원 문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EITC 등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해 푸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OECD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더 높여주는 근로장려급부제도는 잘 설계되고,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과 결합할 경우 높은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전략보다 근로 빈곤 퇴치에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OECD는 ‘한국은 이미 근로장려세제를 운용하고 있으나 좀 더 급부를 늘리고 지원 대상을 세심히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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