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많은 권홍사 건설협회장 연임

입력 2008-02-04 18:10 수정 2008-03-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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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개최된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 정기총회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제 23대에 이어 제 24대 건협 회장으로 연임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이 그간 수차례 스스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회장직에 사실상 무혈입성으로 재선출됐기 때문이다.

권 회장의 연임과 관련 이번 건협 총회가 예전에 비해 훨씬 빨리 열렸고 회장 선거와 관련한 빡빡한 일정으로 상대 후보가 절대적으로 선거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권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같은 부산 출신임을 감안하면 건협 회장은 현직 대통령과 같은 고향에서 나온다는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건협 회장 선출 뒷 얘기를 추적해 봤다.

◆ "연임 없다" 뒤짚어

이번 연임에 앞서 권홍사 회장은 2005년 2월 22일 개최된 건협 총회에서 제 2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권 회장은 당선 직후 "회장 임기를 3년 단임제로 하는 등 연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약속을 뒤짚고 이번 24대 회장 자리를 꿰찼다.

올초 건협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이번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22대 건협 회장이자 그의 23대 회장 경선 상대인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의 출마 의사를 듣고 결정하게 됐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지난 선거에서 권 회장과 마 회장은 상대방 치부 드러내기 등 가열 선거전 양상을 벌였다. 두 사람은 당시 대의원 총회에서 3차 투표까지 가는 사투끝에 7표차로 승패가 엇갈리며 권 회장이 힘겹게 당선했다.

올초 익명을 요구한 건협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권 회장이 마 회장에게는 건협 회장직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연임할 뜻을 비치는 것 같다. 지난 선거에서 쌓인 두 사람 사이 앙금이 일부 개입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뜸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마 회장은 이번 24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남양건설은 마 회장의 출마 포기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권 회장이 그간 연임하지 않겠다는 발언과는 별도로 2006년 초 건협 이사회는 "회장직은 두번에 한해 연임할 수 있는 중임제" 정관 개정을 한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권 회장이 연임 의사를 정한 가운데 정관 개정 등 작업을 마무리하고 마 회장 출마 의사를 통해 명분을 찾은 게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건협은 "이전까지 회장직에 대한 연임 제한이 없었으나 2006년에 중임에 한하는 정관개정을 통해 임기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한 것으로 권 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관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고 답변했다.

◆ 구색맞추기 선거 운동 불과 일주일(?)

권홍사 회장은 이달 1일 열린 제 24대 건협 회장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전 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인 이완선 (주)서영 회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권 회장은 대의원 총회에서 참석 인원 117명 중 98표를 얻었고 이 회장은 19표를 얻는데 그쳤다.

표차이도 많거니와 경선과 총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건설업계에서는 말들이 많다.

지난해 말부터 건협 안팎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 돼 왔다. 경선 후보가 없을 경우 건협 대의원 총회에서 권 회장 단독 후보 형식에 따른 추대설이 우세했다.

이 회장의 출마로 권 회장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건협 회장이 선출되게 됐지만 결과는 예상이 뻔한 싱거운 게임이었다는 게 건설업계 평가다.

권 회장에 비해 열세에 있던 이 회장 진영은 시기도 촉박했고 두 후보가 이끌고 있는 회사 규모도 차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건협이 지난 달초 발표한 총회와 회장선거 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협 일정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회장 후보 등록을 접수하고 2월 1일 총회와 함께 건협 회장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측으로서는 후보 등록 마감과 함께 일주일만의 선거운동 시간이 주어진 채 이번 선거를 치른 셈이다.

또한 권 회장이 경영하는 반도건설은 2007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69위를 기록한 반면 이 회장의 서영은 498위의 건설사라는 점에서 업계 구심점 역할을 내세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이를 두고 일부 건설업계에서는 단독 입후보에 따른 추대 보다는 경선이 모양새가 좋으니 구색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경선이 치뤄진 게 아니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영 측은 "접수 마감일에 다다라서야 후보 등록을 했으나 시간이 촉박해 연락을 취하지 못한 대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건협은 "총회 일정과 관련돼 이사회 결정 등 모든 절차를 거쳤다. 경선을 통한 협회 회장 선출은 1999년, 2005년을 포함해 이번까지 세 번째로 그 외는 대의원 총회에서 추대를 통해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 지켜진 '건협 회장과 대통령 동향' 원칙

경선이든 추대든 YS정부 이후 건협 회장은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들이 맡고 있다. 이번에도 이 원칙은 지켜졌다.

권홍사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다. 권 회장이 이끄는 반도건설은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주택전문건설업체다.

특히 권 회장은 2005년 23대 건협 회장 선거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모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등 구설에 오르며 악전고투끝에 당선된 바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협 회장직은 대형건설업체에서 맡아왔다. 1994년 YS정부시절 부산의 자유건설 정주영 회장이 건협 회장을 맡은 이후 DJ정부시절에는 광주 출신의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이 맡았다. 그리고 23대와 24대는 권홍사 회장이 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건협 회장직이 대통령 출신지역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일이 이번에도 재차 남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건협 회장 선출과 관련된 총회가 이전까지 통상 2월 말에 열렸으나 이번에는 2월 1일에 열린 것을 두고도 말들이 오가고 있다.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그간 권 회장과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미루어 현직 대통령의 임기내에서 회장 연임을 추진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건협은 "장기간의 설 연휴가 끼어있고 새정부 출범전에 건설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준비하는 기간을 두기 위해 회장 선거와 총회가 이전보다 일찍 앞당겨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 권 회장 공과와 과제는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지난 임기동안 1만3000여 건설사를 회원으로 둔 건협 사령탐을 맡으며 ▲대중소 건설업계 양극화 해소 ▲ 건설업계 해외 진출 강화 ▲ 건협 경제 6단체 위상 확립 추진 등에서 공헌한 점 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그의 임기중에 건설사들의 부도가 늘어났고 회장직을 통해 자신의 회사를 키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건협에 따르면 일반 건설업체 부도수는 권 회장의 지난 임기인 2005년 164개에서 2006년 106개로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120개로 늘어났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도업체가 500여개에 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줄어 2001~2002년 100개 안팎의 숫자로 안정세를 보인 것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또한 권 회장이 경영하는 반도건설은 부산지역 주택전문건설사에서 중동의 허브인 '두바이'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는 전년보다 16계단 뛰어 오른 6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참여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건협이 보다 충실한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달 최종 부도처리된 우정건설까지 중견 건설업체들의 연쇄 줄도산 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권 회장이 지난 임기 동안 어려운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에 미흡하지 않았냐는 생각"이라며 "이번 임기에서는 새정부와 코드를 맞춰 건설업계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협 회장에 재선출된 지난 1일 권 회장은 "앞으로의 임기 동안 민간시장에서 중소기업 사업확대와 해외진출 등 실효성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도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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