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07] ① 재벌 총수, 세밑 표정 극명한 대비

입력 2007-12-24 10:19 수정 2007-12-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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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흐림'ㆍ최태원 회장 '맑음'... 정몽구·김승연 회장 '와신상담(臥薪嘗膽)'

2007년 정해(丁亥)년도 어느덧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소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올 한해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큰 사건들이 있었다.

국가의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해 지금도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기름 값은 날이 바뀔 때마다 '사상 최고치'라는 수식어를 다는 등 국내에는 정·재계 모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같은 다사다난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인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내부출신에 의해 폭로되는 등 재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외 현장을 돌며 사업추진현황과 향후 발전을 위한 노력에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른 현실에서, 사업현장이 아닌 곳에서 여론의 관심을 받는 재벌 총수들이 눈에 띄는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한 해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 시련의 취임 20주년

올해 대한민국 최대 이슈라면 당연히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제17대 대통령선거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버금갈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뉴스는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폭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삼성그룹의 뉴스는 곧 이건희 회장(사진)과 연관지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이 회장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은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게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공모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벌금 3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판결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경영권 불법승계라는 도덕적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도 전에 하반기 김용철 변호사(前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는 세계일류기업인 '삼성'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정·관계를 비롯한 전방위적 로비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역시 삼성"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삼성의 '재력'에 좌지우지됐던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김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이 삼성중공업·삼성물산 등에서 수 조원대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삼성 비자금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 삼성증권 본사에 대한 검찰에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검찰의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제 삼성사태의 진실규명은 특별검사팀으로 넘어가게 됐지만, 이래저래 이 회장에게 2007년은 주름살을 늘게 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지난 1987년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에 이어 제2대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삼성 신화'를 일궈내는 등 뛰어난 업적과 함께 취임 20주년을 맞았지만, 그 흔한 기념식도 생략한 채 조용한 연말을 보내게 됐다.

◆정몽구·김승연 회장 '와신상담(臥薪嘗膽)'

이에 비해 올해 큰 홍역을 치르고 '와신상담(臥薪嘗膽)'을 꿈꾸는 재계 총수들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사진)은 지난해부터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1조원 사회환원'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 등을 제시하며,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사회봉사 이행명령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이후 凡정부차원으로 추진한 '2012 여수 엑스포' 유치활동에 전력투구하면서 유치성공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회장은 내년에는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모하비'를 앞세워 각각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흑자전환을 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해 현대·기아차가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만 800억원대가 넘는 점과 검찰이 정 회장의 항소심 결과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던 점은 정 회장이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보복 폭행'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글로벌 경영'을 위해 다시 한 번 출발대에 섰다.

지난 4월 그룹 총수로는 최초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는 불명예를 안는 등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후, 지난 9월 항소심 공판에서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이행을 조건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중 심한 우울증 등을 앓아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일본에서 심신을 요양한 뒤, 지난 15일 귀국 후 본격적인 경영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귀국 직후인 17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한화 주식 300만주(시가 약 2000억원 상당)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는 등 파격적인 첫 행보에 나섰다.

그는 또한 20일부터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법원이 정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는 등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 올해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었던 '글로벌 경영'의 재시동을 준비중이다.

◆ 최태원 회장, 글로벌 기업 도약 위한 토대 마련

올 한해 가장 좋은 경영성과를 이룬 재계 총수를 꼽으라면 단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현재 가장 선진국형인 그룹 지배구조로 불리는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정리 작업을 완료했다.

또한 하반기에는 주요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에서 잇따라 하나로텔레콤·오브제 등 업계 유망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아울러 또 다른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에너지는 해외자원개발을 확대, 산유국으로의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최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내 독립기업제도(CIC)'를 도입, 전사 차원의 글로벌 및 성장경영과는 별개로 각 사업 단위의 성장 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특히 'CIC'제도는 최 회장이 예전부터 SK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SK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2008년이 주목되고 있다.

◆ 2008년을 준비하는 총수들

이외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두 번째)·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세 번째) 등은 희망찬 2008년을 맞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허 회장은 LG그룹으로부터 그룹분리 이후 지속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을 강조하면서, 올해부터 내년에 이르기까지 대한통운·해외엔지니어링社·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M&A 성사를 통해 확고한 5대 그룹(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으로의 자리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의 경우, 국제 항공화물 수송 3년 연속 세계 1위, 중국 텐진공항에 합작 화물터미널 건립 등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는 의미있는 한 해를 보냈다.

아울러 내년 미국 비자면제로 인한 수요 증가와 중국 시장 강화로 인한 수요 창출 등 비교적 밝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인 '대한통운'을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동시에 입찰, 물류업계의 지존(至尊)자리를 두고 피할 수 없는 일전을 하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내년에 그룹경영에 매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던 한국프로골프협회장 자리를 물러났다.

박 회장 역시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통해 그룹을 한 단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년이면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유럽 최대노선인 '인천-파리' 노선을 취항할 예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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