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부채(1)

입력 2017-06-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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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덥다. 부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음력 5월 5일, 즉 단오가 되면 서로 부채를 선물하곤 하였다. ‘단오선’이 바로 그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채는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중년 이상의 연령층이라면 부채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연기가 지나가며 모기를 쫓을 수 있도록 바람의 방향에 맞춰 모깃불을 피우고 그 옆 평상에 누워 쏟아질 듯이 떠 있는 별을 바라보노라면 할머니께서는 으레 삼베 이불을 가져다가 배만 살짝 덮어주고서 살살 부채질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 시원함과 포근함 속에서 별을 세다가 어느덧 꿈나라로 들어가면 아버지는 잠든 나를 가만히 안아다가 방안 모기장 아래에다 뉘어 주셨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그 엄하신 아버지께서 또 나를 안아다 뉘어 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아버지가 많이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하나도 안 무섭게 느껴졌다. 사랑이었다. 모두가 다 사랑이었다.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부채는 ‘불채’이다. ‘바람을 불게 하는 채’라는 뜻이다. ‘채’는 손잡이가 달린 물건을 칭하는 말이다. 파리채, 끌채 등이 대표적 용례이다. 원래 ‘불채’였던 것이 음운의 변화로 ‘ㄹ’이 탈락하면서 부채가 되었다. 솔나무가 소나무로 변하고 ‘불지깽이’가 ‘부지깽이’로 변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한자로는 ‘扇(부채 선)’으로 표기한다. ‘扇’은 ‘戶’와 ‘羽’가 합쳐진 글자인데 ‘戶’는 ‘門’의 반쪽을 나타낸 글자로서 ‘지게문 호’라고 훈독하고, ‘羽’는 ‘날개 우’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扇은 ‘날개처럼 여닫는 한 쪽짜리 문’을 의미하는 글자였다. 그런 문을 여닫을 때 바람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중에는 부채라는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다.

요즈음에도 차 안의 더운 공기를 내보내기 위해 자동차 문 여닫기를 반복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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