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2017년은 우리술 산업도 바꿔야 할 때

입력 2017-02-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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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은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인해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모든 부문에서 큰 변혁이 예상된다. 우리 술 산업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싸구려 술은 우리 술, 비싼 술은 수입 술이라는 기본 구도가 바뀌고, 우리 술 산업도 쌀 소비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농촌 경제에 기여하였으면 좋겠다. 또한 품격 있는 술 문화도 생겨났으면 한다. 이러한 바람은 오래되었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어떠한 방향으로 우리 술 산업정책이 마련되어야 오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일제가 1916년 주세령을 발령해 우리 전통 술 산업을 말살한 방식을 짧은 시간에 거꾸로 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전 조선은 금주령이 없는 한 술을 자유롭게 빚어 마시는 가양주 문화가 기본이었다. 술에 대한 세금과 규제가 없었다. 일제는 술에 대한 세금, 즉 주세를 토지에 대한 과세와 함께 우리 민족을 수탈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자유로운 술 제조를 엄격히 금지하였다. 집에서 술을 빚어 마시기 위해서는 가양주 면허를 받고 면허세를 내야 했다. 면허도 1년마다 갱신토록 하고 면허세를 계속 인상했다.

1916년 37만여 명의 가양주 면허자가 1931년에는 단 1명으로 줄고, 1934년에는 가양주 면허 제도가 폐지됐다. 또한 주류 제조 허가를 받은 업체의 경우도 최저 양조 규모(제한석수)가 증가하면서 소규모 양조장들은 문을 닫았다. 탁주의 경우 제한석수를 1916년 5석에서 1919년 10석, 1927년엔 20석으로 인상하였다. 탁주와 전통 청주 등 조선주 제조장은 1916년 39만 개에서 1930년대에는 8000여 개로 줄었다. 지역에 뿌리를 둔 소규모 양조장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일제는 양조업체의 대형화로 세금 걷기가 아주 편해졌다. 1930년께 조세수입의 30% 정도가 주세수입이었다. 이렇게 우리 술 산업의 뿌리가 뽑혀 나갔다.

이제는 거꾸로 우리 술 산업을 1910년 일제 침탈 이전으로 되돌려보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하의 탁주와 전통 청주(약주) 제조는 주류 제조 면허를 없애고 자유롭게 주조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우리 술 양조장이 장사가 잘돼 규모가 커지면 정식 주류 제조 허가를 받게 하면 된다. 김치나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파는 것과 같이 해보는 것이다. 현재 조세수입 중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고, 주세의 대부분이 맥주와 소주, 위스키 등에서 나온다. 탁주와 전통 청주의 주세 비중은 무시할 정도이다. 주세수입 때문에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기존 정책이 있다. 주세를 절반으로 경감해주는 지역 특산주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 허가를 받는 데 1년씩 걸리고 면허 갱신 등이 번거롭고 비용이 든다. 소규모 우리 술 제조업체는 국민의 인식 부족과 대형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렵다. 주류 면허 등 각종 인·허가도 영세 업체에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다. 우리 술 산업이 밑으로부터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우리 술 산업에 대한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이다. 소규모 우리 술 양조장이 많아지면 쌀, 밀 등 우리 농산물 소비가 늘고 농촌의 일자리와 소득도 늘어난다. 조세수입은 아주 조금 줄겠지만, 전통주 지원을 위한 정책 비용과 행정 비용은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전체적인 재정 부담은 줄 수 있다. 설을 쇠며 생각해본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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