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퉁 시행 한 달] ①형만 한 아우는 없었다

입력 2017-01-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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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호응 거의 없어…취약한 외부 환경ㆍ선전증시 높은 밸류에이션 등이 수요 약화시켜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를 연결하는 ‘선강퉁’이 5일(현지시간)로 시행한 지 한 달을 맞았다. 당초 선강퉁은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중국의 자본시장 개혁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선강퉁은 이런 투자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렸다.

지난달 5일 공식 출범한 선강퉁은 한달 간 증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오히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4.3%, 선전종합지수는 5.5% 각각 하락하고 홍콩증시 항셍지수도 2.5% 빠졌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ChiNextㆍ창업판)지수는 8.5% 떨어졌다.

세계 2위 규모 시장인 중국증시는 작년 초 위안화 가치 급락과 자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폭락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1월 말, 연중 최저점에 이르기까지 무려 23% 하락했다. 이후 주가가 9개월에 걸쳐 천천히 회복세를 보인 끝에 지난해 11월에는 저점 대비 20% 이상 올라 강세장에 접어들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변동성이 큰 것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증시였지만 투자자들이 이례적으로 안정을 지킨 것이다. 이에 중국 증권당국도 지난달을 선강퉁을 시행할 절호의 시기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 증시가 안정을 찾았고 글로벌 증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로 트럼프 랠리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에 선강퉁으로 외국인 투자만 끌어들였다면 지난해의 부진을 깨끗이 씻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계산은 빗나갔다. 지난달 증시가 오히려 약세를 보이면서 결국 상하이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12.31% 하락해 2015년의 9.41% 상승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물론 약 22% 폭락한 2011년 이후 5년 만의 최악의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운송과 부동산, 미디어 업종 등이 20% 이상 하락하는 등 부진했다. 선강퉁 대상이 된 선전증시 주요 지수인 선전종합지수와 차이넥스트지수는 지난해 각각 20%, 28% 떨어져 더욱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홍콩증시 벤치마크인 항셍지수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0.41% 상승했지만 홍콩증시 상장 중국기업 주가를 종합한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2.78% 하락했다.

상하이 소재 화시증권의 웨이웨이 애널리스트는 “약한 중국 경제성장 모멘텀과 시장 외부환경이 올해 중국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불안요소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나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 증시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선강퉁은 시작부터 미지근한 모습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시행 첫날 해외 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 선전증시 종목 약 27억1000만 위안(약 468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에 8억5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각각 선강퉁 일일 거래 한도액(쿼터)의 21%, 8%밖에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는 2년 전 상하이와 홍콩증시를 연결했던 후강퉁이 시작 첫날 45분 만에 하루 쿼터의 3분의 2가 소진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30일 홍콩에서 선전증시로의 투자액은 약 6억 위안으로 쿼터의 3%밖에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선강퉁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선전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꼽았다. UBS의 가오팅 수석 중국 투자전략가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선전증시 상장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40배로, 상하이증시의 3배, 홍콩의 4배에 각각 이른다”고 지적했다. UOB케이히언증권의 한나 리 와이한 투자전략가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홍콩과 해외 투자자들의 선전증시에 대한 열의가 식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민간기업들이 국영 대기업보다 성장과 수익 창출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 요소로 꼽았던 회계 부정과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선전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성장 전망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장은 매우 투기적”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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