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겪는 ‘엘시티’ 수사] 이영복 비자금 용처 침묵 일관… 로비규명 지지부진

입력 2016-12-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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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산 해운대에 101층 짜리 건물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엘시티 공사현장. 엘시티의 실 소유주로 알려진 이영복 회장이 구속됐지만, 공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19년 부산 해운대에 101층 짜리 건물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엘시티 공사현장. 엘시티의 실 소유주로 알려진 이영복 회장이 구속됐지만, 공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엘시티(LCT)’는 해운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부산의 초고층 빌딩 열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보로 5분 거리에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고, 랜드마크로 꼽히는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등이 근거리에 들어서 있다. 엘시티가 2019년 완공되면 부산 최고층 빌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해변가에 들어선 세련된 마천루들의 이면에는 여러 골치아픈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6만5934㎡부지 101층짜리 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경관을 해치게 되는 것은 물론 인구밀도가 올라가고 유동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인 해운대의 교통·주거 환경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9년 전 엘시티 사업이 추진될 때부터 해운대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장기간 정·관계 인맥을 쌓은 이영복(66) 회장이 나서면서 엘시티 건설은 현실화됐다. 엘시티의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해운대 관광특구의 60m 고도제한이 풀렸고, 주거사업 승인이 나면서 아파트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미 극도로 악화된 해운대 교통상황에도 불구하고 교통영향평가도 한번에 통과했다. 군인공제회는 2000억 원대 이자손해를 감수하면서 엘시티 시행사에 자금을 댔다. 법무부까지 나서 엘시티를 부동산 투자 이민구역으로 지정해주면서 특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엘시티 수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수사 착수 계기가 특별히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사업이 시작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부산 현지에서는 엘시티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올 7월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하며 뒷북을 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온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9일 엘시티 시공 과정에 특혜를 제공한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도 지난달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를 고려해 일단 기소한 뒤 혐의를 추가할 예정이지만, 아직 엘시티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 실체는 밝히지 못한 상태다.

현 전 수석의 경우 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상품권 등을 제공받고, 부산 문현금융단지 시행사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회장은 570억 원대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엘시티 시공을 위해 이 회장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상대로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 현 전 수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 전 수석은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알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과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은행을 주간사로 한 대주단으로부터 1조78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시청 등으로부터 비리의혹이 있는 인허가나 특혜성 행정조치를 받을 도움을 줬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처음 엘시티 수사를 시작한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처음부터 이 회장의 자금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통상 특수수사는 압수수색을 먼저 하고난 뒤에 계좌추적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회장이 장기간 지역에서 로비활동을 벌여온 데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예측이 가능한 압수수색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그동안 누군가가 사건을 뭉갰다’고 전했다. 엘시티 수사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는데도 검찰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이 회장의 수백억 원대 부외자금을 찾아내는 과정에서도 수사팀 관계자들에 대한 각종 음해가 난무하는 등 외풍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 요구 목소리가 커진 후에야 부산지검 특수부로 사건을 옮겼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 본청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의 자금을 유용한 사실은 밝혀졌지만, 용처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00억 원대 비자금 상당 부분을 현금화 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회장의 진술이 없으면 로비 실체가 밝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지역에서 ‘혼자 죽는 한이 있어도 불지 않기 때문에 이영복 돈은 먹어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입은 무겁기로 소문이 나 있다. 검찰이 용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공소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전직 검사장들을 포함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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