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제약·바이오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2.0시대 준비해야”

입력 2016-11-08 07:49 수정 2016-11-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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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시장 필요 과제 선제적 준비, 투명한 경영문화ㆍ전문성ㆍ차별화 전략 동반돼야 글로벌 성공 가능성↑"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달라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47)는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제약사들의 지속 성장 전략에 대한 해법을 조언했다. 정 대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10년 동안 국내 제약기업의 성장을 측면 지원한 제약업계 지식인으로 평가받는다.

정 대표는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업체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면서 “치열한 글로벌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수준에 걸맞는 안목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톡톡히 겪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한미약품이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이어 초대형 기술수술 계약을 성사시키며 국내 제약산업을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알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제약·바이오 기업 모두 주가가 폭등하며 제약산업이 마치 부진에 빠진 한국 제조업의 희망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과제 중 1건의 권리가 반환되자 돌연 불똥이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로 튀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 논란도 겹치면서 마치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거품론'도 제기됐다. 벌써부터 단지 한미약품 1개 기업이 이뤄낸 성과만으로 정부, 투자자들, 산업 종사자들이 막연한 환상에 빠진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성도 나온다.

정 대표는 “사실 한미약품이 수출한 과제 중 1건이 개발 중단된 것은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다. 파트너사가 전략적으로 다른 제품을 선택한 것 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임상 중단·실패를 경험한다”면서 “다만 이번 기회에 산업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노출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 파기 소식을 공시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는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신약 개발 역량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 관련된 모든 시스템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신약개발 능력 강화에만 집중했다면 회사가 성장할수록 주주들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한마디로 고급스러워져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정 대표는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 문화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당수 국내 제약기업은 대체로 오너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짙은데, 기업이 성장할수록 전문경영인을 통한 투명한 경영 문화 정착은 필수 요건이라는 것이다. 오너 중심의 결정이 반복되면 종업원들도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오너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오너와 오너 일가가 성과를 나눠갖는 폐쇄적인 경영을 지속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수많은 문제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한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는 국내 제약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위법성 소지가 높은 거래나 투자에 대해 사람들이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기업 수준의 투명한 경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큰 기업이 되려면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전문영역에 특화된 전략을 갖춰야 글로벌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연구개발 전문기업 길리어드의 사례와 같이 특정 질환에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집중하면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견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두드리는 차별화 전략도 필수 요건이다. 정 대표는 “사실 상당수 제약사들은 남들이 잘하는 걸 가지고 오면 그대로 따라하는 뒷북 전략을 추구해왔는데,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혁신은 총알보다 더 빠르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전문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성과를 낸 모범 사례로 지목된다. 셀트리온은 2000년대 초반 다국적제약사들이 세계 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을 당시부터 특허 만료 시기를 대비해 차근차근 바이오시밀러를 준비해왔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통한 사업기반 구축(CMO사업)→자체제품 개발’이라는 전략을 통해 자본을 확보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매진한 결과 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셀트리온도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과를 냈지만 리스크를 두려워하면 보상도 없다. 기업들이 차별화된 색깔을 내려면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데, 국내 제약기업들은 자기 역량을 진단하는 데에도 인색하다”면서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아이디어도 얻고 조언을 구해서 차별화된 길을 가는 중장기 전략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가장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정 대표는 주문했다.

정 대표는 R&D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한 신약 과제를 준비하는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2.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기업들은 자체 역량과 R&D 활동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폐쇄형 혁신’을 지속했다. 최근에는 대학이나 다른 기업, 연구소 등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헨리 체스브루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지난 2003년 처음 제시하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됐다.

오픈이노베이션2.0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한 단계 발전시켜 외부자원과 내부자원을 적절히 융합하되, 글로벌 생태계에서 원하는 과제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생태계의 한 축을 구성하면서 맞춤형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 비용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R&D 전략인 셈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시장 중심으로 니즈를 파악해서 잘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세계 생태계에 뛰어들어야 한다. 글로벌 플레이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잘 팔리지, 우리가 열심히 만들었다고 해서 남들이 다 사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같이 고민을 하고 눈 앞의 이익만을 쫓기보다는 글로벌 무대에서 필요로하는 중장기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치료제가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2.0의 실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린 ‘랩스커버리’라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당뇨치료제의 효능 지속 시간을 늘린 지속형인슐린을 개발했다. 사노피가 개선된 인슐린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때 한미약품이 지속형인슐린을 선보였고, 5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교훈이다.

정 대표는 바이오 벤처들에 대해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우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주식시장 상장에만 집중하는데, 기술을 조기에 팔아서 투자 재원을 마련해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 활발한 기술 M&A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윤택 대표는 고려대 과학기술관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1998년 종근당 개발전략팀에 입사하며 제약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CJ 법무팀 특허담당, 건일제약 개발부 부서장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10년 동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정부와 함께 제약산업 지원 업무를 총괄했다. 정 대표가 최근 설립한 제약산업전략연구원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특허, 개발, 수출 전략을 비롯해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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