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 이야기] 더 놀리고 더 재우자

입력 2016-07-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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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확실히 잡는 독사 선생, 초중고 개인 과외”.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아파트 게시판의 광고에 눈이 갔다. 스파르타식 수업을 통해 일류(?)대학교에 합격시켜 준다는 내용이었다. 학원보다 수업 속도가 두 배나 빠르고 숙제로 일주일에 150~200문제를 풀게 한다고 했다. 숙제를 안 해 오면 잠을 안 재운다는 내용까지 버젓이 광고하는 과외 선생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방학이면 신문과 함께 배달되는 전단지들을 이제는 보지도 않고 버린다. 학원들의 장삿속과 부모의 불안이 만들어내는 음모 속에서 아이들만 멍들고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노는 시간도 없이 학원을 오가며 잠도 충분히 못 자고 대학에 가지만, 졸업 후에 취업을 못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고 공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어다, 특기 교육이다 해서 학원을 전전하고 있는 유아들과 초등학생들을 보면 어린 나이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명문대학교를 나오면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고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전제나 신념이 이 시대에도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남편, 일류대를 못 나와서 전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이혼할래요.”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아내, 너무 창피합니다. 그래서 이혼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부부를 만나봤지만 이런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성적이나 토익 점수가 아니라 돈 씀씀이나 술, 의사소통과 자녀 교육 문제, 양가의 갈등, 가사 분담, 폭언 등으로 더 자주 싸우는 것이 현실이다. 온 가족이 힘을 합해 무슨 가족 사업처럼 자녀의 대학입시에 올인하지만 그것이 자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부모는 동분서주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자녀들의 행복한 삶에 직결되는 것을 더 철저히 챙겨주는 것이 자식 농사의 비결이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원만한 인간관계, 현명한 소비 습관, 감정 조절 능력, 올바른 습관들, 자존감,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당장의 성적이나 특목고, 일류대가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에 직결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출산을 앞둔 딸아이에게도 당부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자연 속에서 실컷 놀리고 충분히 재우라고. 아이들에겐 놀 권리가 있고 필요한 만큼 자야 되며 그렇게 놀고 자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현실 속에서 부모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으려면 대단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다 자식 잘되라고 한다지만 아이들을 놀리지도 않고 재우지도 않고 공부로만 내모는 것은 일종의 학대다.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노는 시간, 쉬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좀 더 많이 주자. 가족과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며 즐겁게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갖도록 하자.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세상,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제발 좀 더 많이 놀리고 충분히 잠 좀 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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