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안타깝다'던 이강국 전 헌재소장 200억 기업범죄 상고심 맡아

입력 2016-07-21 19:03 수정 2016-07-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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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71·사법시험 8회) 전 헌법재판소장이 수백억 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의 상고심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함께 '4부 요인'으로 꼽히는 헌재소장을 지낸 인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소장은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등규(68) 대보그룹 회장의 상고심 변호를 맡았다. 200억 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6월,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퇴임 후 봉사활동에 매진하겠다던 이 전 소장은 2013년부터 2년여 동안 법률구조공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지난해 초 법무법인 한결 고문을 맡았다.

최 회장은 1심에서 거물급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최근 법조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대검 기획조정부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필두로 대기업 사건을 다수 수임한 부장판사 출신 안정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대구고검장 출신의 노환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변호를 맡았다.

최 회장은 심장수술과 치료 등을 이유로 보석신청을 내 풀려났지만,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변호인을 바꾸고 상고심에 대비해 이 전 소장을 선임했다. 이 전 소장은 2006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2007~2013년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했다.

이 전 소장은 대법관 퇴임 당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등의 말로 상징되는 국민들의 사법질서에 대한 불신이라고 본다"며 "대부분의 사법부 구성원들은 이런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들이 아직도 이런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문제가 나오면 참 면목도 없고 송구스럽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법조인은 "대법관 출신들이 상고심 단계에서 이름을 올리는 것이야 말로 의뢰인의 전관예우 기대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건데, 헌재소장을 지내신 분이 그런다는 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최고재판소 재판관 출신들이 공익활동을 이야기하면서 실상은 (돈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회적인 공감대에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방 변호사회 관계자는 "모든 사건을 못하게 막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헌재 소장 정도라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을 해야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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