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누가 빠순이에게 돌을 던지나

입력 2016-07-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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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유명 개그맨 유상무, 한류스타 박유천, 인기 배우 이진욱. 최근 여성들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연예인들이다. 이들 연예인 팬 중 일부가 “여자들은 돈을 노린 꽃뱀이다”, “오빠를 유혹한 여자의 잘못이지 오빠는 잘못 없다” 등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옹호한다.

“미친 듯이 쏟아지는 메신저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건 정말 모욕적이고 참을 수가 없다. 내 전화를 600개의 메시지로 채워주신 다른 분들도 이런 일 그만하시길 바란다.”(샤이니의 키) “자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섭다. 아예 집을 바꿨다. 팬들의 이런 행태는 사랑이 아닌 학대다.”(지코)…. 최근 팬들이 집에 몰래 들어오거나 밤새 전화를 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연예인이 급증했다.

이때 나오는 말이 “빠순이가 다 그렇지”라는 팬과 팬덤에 대한 비아냥과 조소다. ‘빠순이’라는 용어 자체가 경멸적 의미다. 오빠와 순이의 합성어로 ‘오빠(연예인)에 빠진 여자아이’, 즉 열성적 팬을 비하해 부르는 용어다. 팬은 특정 스타와 연예인,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해 감정적 친밀감을 느끼고 호감도를 유지하는 일반 팬에서부터 스타가 죽으면 따라 죽기까지 하는 스타 중독증 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팬은 스타와 대중문화를 존재하게 하고 한류를 만든 진정한 주역이다. 대중문화가 열악했던 1950~1960년대 30~50대 아줌마들 일명 ‘고무신족’의 열렬한 지원으로 한국 영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1970~1980년대 남진 나훈아 조용필 등 톱스타들은 ‘오빠부대’의 전폭적 지지로 한국 대중음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었다.

1990년대부터는 빠순이 모임인 팬클럽의 조직적 활동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H.O.T부터 빅뱅, 트와이스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하고 K팝 한류를 일으킨 가수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중국, 일본을 뜨겁게 달구는 송중기 이민호 김수현 전지현 송혜교 같은 한류스타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빠순이’로 대변되는 연예인 팬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 기성세대의 태도는 냉소와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빠순이는 부정적인 인식과 경멸의 대상일 뿐이다. 빠순이는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스타를 추종하는 ‘무뇌아’, 스타와 연예기획사의 이윤 창출에만 동원되는 ‘살아 있는 ATM’, 스타의 집에 몰래 들어가 속옷이나 훔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혹은 일탈을 일삼는 집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빠순이는 정말 그럴까. 빠순이는 대중문화의 능동적인 수용자로 스타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대중문화의 내용과 형식의 진화를 끌어내는 주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스타’에서 말하듯 아무것도 아닌 존재(배우)를 신과 같은 존재인 스타로 만드는 신성한 양식이 바로 팬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에서 팬들은 스타를 매개로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느끼는 공동체로 진화하고 팬덤 공동체는 의미와 보람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사회실천을 하는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학자 존 피스크는 한 발 더 나아가 팬 활동이 지배적 이데올로기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내적 저항이고 저항적인 사회실천을 위한 토대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연예인 범죄가 급증하는 요즘 빠순이에 대한 돌팔매질 대신 “빠순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찐득한 사람이었느냐”는 칼럼니스트 이진송의 항변에 귀 기울여보자. 그것이 한국 대중문화, 한류, 팬 문화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성숙에 도움이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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