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삼성전자와 공매도, 그리고 이건희 회장 사망설

입력 2016-07-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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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000,000,000원.

한눈에도 안 들어오는 숫자, 8조1000억 원입니다. 삼성전자가 3개월 간(3~6월) 번 돈이죠. 시장 예상치(7조38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입니다.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7’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ITㆍ모바일(IM) 부문에서만 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합니다. 슈퍼 초고화질(SUHD) TV와 에어컨 등 소비자가전(CE) 부문 수익성이 기대치를 웃돈 것도 보탬이 됐고요.

오랜만의 낭보에 주식시장은 축제입니다. 오늘(7일) 삼성전자 주가는 어제보다 2% 넘게 뛰며 145만 원을 회복했네요. 실적개선 기대감에 지난 석 달간 13% 넘게 뛰었는데, 먹을 게 더 남았나 봅니다. 그야말로 ‘나는 아직 배고프다’네요.

“지금이라도 살까?”

돈 굴릴 데 마땅찮은 요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보며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3분기 실적도 장밋빛이라고 하니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는 조바심마저 드네요.

하지만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죠. 실적개선은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필요조건이지 주가를 끌어올리는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러브콜’을 보내던 기관은 왜 갑자기 돌아섰는지, 미국은 금리인상을 미룰 것인지, 슈퍼추경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모두 따져야 하죠. ‘증시 바로미터’가 가진 숙명이니까요.

“삼성전자 매수 타이밍은 공매도가 늘 때다.”

애널리스트가 알려주는 삼성전자 투자 팁(Tip)입니다. ‘공매도=주가 하락에 베팅’이란 기본 개념에서 완전히 어긋나죠. 무슨 말일까요? 용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공매도(空賣渡)란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넣는 것을 말하는데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실적발표가 예정된 A 기업의 주가는 1000원입니다. 실적이 별로라네요. 주가가 내려갈 것 같습니다. 먼저 한 증권사에서 A기업 주식을 빌려 1000원에 팝니다.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말이죠. 며칠 뒤 예상대로 A 기업 주가는 8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제 곧바로 주식을 매수해 증권사에 갚습니다. 시간의 순서는 바뀌었지만 800원에 사서 1000원에 팔았으니 주당 200원을 번 셈입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와 보조지표와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니 공매도가 늘 때 주가가 올랐습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낸 자료인데요. 주황색 점은 공매도가 급증(급감)할 때이고, 파란 선은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입니다. 공매도 급증할 때(급감할 때) 주가가 상승(하락)하고 있죠. 이 신호는 지난해 8월부터 더 정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공매도가 급증한 시기는 스물여덟 번인데, 이 가운데 스물세 번 주가가 올랐습니다. 타이밍 적중률이 82%나 되네요. 반대(공매도 급감)는 열다섯 번 신호에, 열다섯 번 모두 하락. 완벽합니다.

투자자들이 ‘공매도 증가→주가 하락 예상→저가매수 신호’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역이용한 거죠. 한 발 앞선 투자기법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는 얼마나 될까요? 이달 들어선 평균(지난 6개월 대비) 수준을 보이네요. 전문가들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도 무방하다고 조언합니다. 물론,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삼성전자 주가 오르는데, 왜 공매도가 잠잠하지?”

기사를 읽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는 공매도 공시제도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공매도 잔고 비율이 상장주식 수의 0.01% 이상이거나 △일별 공매도 금액이 10억 원을 넘기면 투자자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매도 투기세력으로부터 개미(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죠. 우리 증시를 휘젓고 다니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잡겠단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터진 ‘이건희 회장 사망설’의 배후(?)로 공매도 세력이 지목되고 있는데요. 공매도 대량 보유자들이 공시를 피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 매수(쇼트커버링)에 나섰다는 해석이죠. 주가를 띄우기 위해 루머를 흘렸고요. 검찰이 이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결론이 나겠죠?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어떤 꼼수를 부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진 잠잠합니다. ‘증시 바로미터’ 삼성전자엔 기회겠죠. 오랜만에 열일(열심히 일)하는 큰 형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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