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합종연횡하는 세계의 거래소들

입력 2016-04-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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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래소들이 M&A를 통해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거래소 그룹의 선두를 점하는 곳은 미국 시카고에 기반을 둔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그룹이다. 이 거래소 그룹은 전 세계의 파생상품 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 시가총액이 316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초대형 거래소도 출발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카고에 기반한 축산물 관련 선물(Futures) 거래로 1919년 출발한 CME는 거래 대상 품목이 원래 우유, 버터, 계란 등으로 제한되어 매우 볼품이 없었다. 이에 반해 1874년 설립된 CBOT(Chicago Board Of Trade)는 소위 선물 거래라 불리는 파생상품 거래를 탄생시킨 원조로, 각종 농산물, 예컨대 밀 옥수수 대두 등 막대한 물량을 자랑하는 미국 농산물 거래를 독점하고 있어 시카고의 상징처럼 불리고 있었다.

이런 압도적 규모를 뒤집는 계기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바로 1971년 발표된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중지 선언이었다. 이 선언 이후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소위 변동환율제라는 폭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이 와중에 기회를 찾은 사람이 바로 당시 CME를 이끌던 레오 멜라메드(Leo Melamed) 회장이다.

그는 당시 각종 외환에 대한 변동성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과거 계란이나 버터 거래에 국한하던 CME를 지휘해 과감하게 통화선물이라는 전대미문의 분야에 뛰어든다. 1973년에 시작된 통화선물 거래를 계기로 결국 2006년엔 CME가 CBOT를 합병하게 된다. 이후 CME는 뉴욕의 에너지 관련 거래소인 NYMEX와 비철금속 및 귀금속 거래소인 COMEX까지 합병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거래소 그룹으로 올라선다.

CME그룹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그룹이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그룹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는 ICE는 2000년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거래소이다. 이 거래소는 1990년대 후반 급증하기 시작한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출범했는데, 이후 ICT에 기반한 거래소 기술로 그 규모를 크게 늘려간다.

2012년 12월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다. 이름조차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12년 경력의 ICE가 세계 최대의 증권거래소이자 2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합병하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2006년 6월 NYSE는 이미 유럽의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Euronext와 합병했기 때문에 ICE의 NYSE와의 합병은 곧 ICE와 NYSE, 그리고 Euronext 간 합병을 뜻하는 메가 딜이 되는 것이다. 합병 이후 ICE그룹은 시가총액 280억 달러 규모로 일약 세계의 거래소 그룹 중 당당 두 번째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러한 거래소 간 합종연횡을 통한 메가 거래소 그룹의 탄생은 남아 있는 유럽의 주요 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LSE: London Stock Exchange)와 독일증권거래소(Deutsche Borse)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합병하는 결과를 낳게 하여 2016년 3월 합병을 결의하게 했다. 시가총액 3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거래소 그룹이 또 하나 탄생한 것이다.

거래소들이 합종연횡하는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그 주된 이유이다. 즉 A라는 회사가 미국 및 유럽 양국에서 모두 파생상품 거래를 한다면 양국의 거래소에서 각각 증거금을 내고 거래를 해야 하는 반면, 거대 거래소 그룹을 통하면 한 번의 증거금 납부만으로 양국 간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므로 그 경쟁력이 훨씬 높아진다. 이러한 격랑의 와중에 우리나라 한국거래소(KRX)의 설 땅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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