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관투자자는 왕이고, ‘개미’들은 봉인가?

입력 2016-04-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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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자본시장부 기자

“죄송합니다. 기관투자자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으니 돌아가 주세요.”

15일 여의도 KB금융타워빌딩에서 한 기업의 기업설명회(IR)가 열렸다. 코스닥 상장 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이 기업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현장에는 다수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설명회장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IR를 후원한 KB투자증권 관계자들은 현장을 방문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입장 전부터 명함을 요구하며 엄격하게 통제했다. 급기야 기관투자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며 가로막았다. 추후 따로 IR를 진행하겠다는 모호한 말만 반복했다.

기자가 기업설명회 내부를 지켜본 결과 행사장 내에는 빈자리도 많았고, 공개되면 안 되는 특별한 발표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상장기업이 IR를 실시하는 목적은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더군다나 IR 자료는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시스템에 게시되기 때문에 보안 사항이 아니다. 주최 측에서 사전에 참석 대상을 미리 공지하지만, 현장에 온 투자자의 입장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해당 증권사가 과도하게 ‘투자자 솎아내기’를 한 것은 기관투자자의 눈치를 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흔히 ‘개미’에 비유되는 일반투자자에 비해 기관투자자는 자본력이 우위에 있다.

투자자를 개인과 기관으로 나눠 차별 대우하는 기업과 증권사 측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인식은 증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3∼4년간의 지독한 침체를 겪었던 증권시장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미’들에 있다. 한국 증권시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커 관련 지표가 증시 활성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IR에서 ‘개미’들을 무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태”라며 “그들을 개인투자자가 아닌 주주로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기관투자자, 외국인보다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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