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옵션쇼크] 5년 만에 유죄 판결… 2800억 손배소 급물살 탈 듯

입력 2016-03-24 14:33 수정 2016-03-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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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의로 지수 하락시켜 부당이득”…기관·투자자 소송 10여건 결과 촉각

2010년 11월 11일은 우리나라 증시의 치욕적인 날로 기억된다. 외국계 금융사의 물량 조절로 코스피 시가총액 28조8000억원이 증발한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가 발생한 날이다.

도이치증권은 이날 단 10분 만에 2조원대 물량을 쏟아냈고, 코스피지수는 53포인트나 폭락했다. 몇 명의 외국인들이 증시를 흔들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도’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검찰 수사 결과 도이치 옵션쇼크는 도이치방크 홍콩지점과 한국 도이치증권 직원들의 공모로 밝혀졌다. 11억원대 코스피200 풋옵션을 미리 사들인 뒤, 대량 매도로 지수를 급락시켜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사건이었다. 도이치방크는 400억원대 이익을 챙겼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대 손실을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법인에 벌금 15억원을 선고하고, 상무 박모씨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내려진 첫 유죄 판결이다.

검찰은 당초 도이치방크 홍콩지점 외국인 직원 3명과 박씨를 함께 기소했지만, 주범인 영국인 D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재판이 지연됐다. 보통 주식 시세조종 범죄는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렵지만, 이 사건에서는 도이치 관계자들의 전화 녹취록과 블룸버그 채팅 기록이 확보돼 결정적 증거가 됐다.

비록 D씨를 법정에 세우지 못했지만, 이번 형사판결은 투자자들이 낸 민사소송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혐의가 손해배상 소송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도이치은행 측은 형사재판을 최대한 미루는 식으로 민사소송을 지연해왔다.

현재 도이치 옵션쇼크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금융기관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10여건이 진행 중이다. 청구금액은 총 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은행이 낸 7억원대 소송에서 도이치은행의 배상책임을 100%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고, 서울중앙지법은 화해 권고 결정을 통해 KB손해보험 등 5곳에 280억여원을 물어주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개인투자자 박모씨가 낸 4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도이치 측의 시세조종 고의를 명확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는 도이치 측에 2억7900만원의 배상책임을 지우면서 도이치 측의 거래가 통상적인 매수차익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업체도 풋옵션을 유리하게 행사하기 위해 방어적 거래를 할 수 있지만, 도이치 측의 대량 매도는 시세조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도이치 직원들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사전 신고를 최대한 늦추며 주식 매도 사실을 숨기다가 마지막 순간에 대량의 매도 주문을 냈다”며 “이러한 거래는 통상의 지수차익거래와 전혀 다르고, 오히려 대규모 주식 매도에 대한 반대 매수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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